내달 SDI제일모직 합병… 태양전지까지 관할
삼성그룹의 5대 미래 성장동력이 다음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산 아래로 모두 모인다. ‘화룡정점’은 오는 7월 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0년 ‘태양전지’, ‘자동차용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세부 전략도 세웠다. 이는 글로벌 1등 신화를 쓴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이을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려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삼성은 5대 신수종 사업의 연착륙을 위해 구체적 계획을 하나하나 착실히 실행에 옮겼다. 계열사별로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역할 분담도 끝냈다. 현재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 추진 구도의 큰 틀은 ‘삼성전자-LED의료기기’, ‘삼성SDI-태양전지전기차 배터리’, ‘삼성에버랜드-바이오제약’ 등으로 짜여 있다. 아울러 각 사업을 더욱 세분화해 계열사별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에버랜드는 모두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큰 계열사라는 점이다. 이 부회장도 글로벌 네트워크 등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부문을 직접 챙겨왔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내년 1분기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 일부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신기술 확보, 경영 인프라 확충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은 2011년부터 2년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메디슨을 각각 설립하며 바이어의료기기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신약 개발’, 삼성바이오로직스 ‘의약품(신약 포함) 생산’, 삼성메디슨 ‘의료기기’ 등 업무 분장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였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44.5%)다.
오는 7월 삼성SDI, 제일모직 합병 역시 삼성 5대 신수종 사업 중 태양전지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힌다. 제일모직은 태양전지용 핵심 소재인 ‘PV 페이스트(Paste)’를 생산하고 있다. PV 페이스트는 태양전지 겉면에 얇게 도포돼 태양광으로부터 얻어진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선로(線路)’ 역할을 하는 전극재료다. 제일모직은 PV 페이스트가 도포되는 ‘선폭(線幅)’을 줄이면서도 효율은 높일 수 있는 물성을 개발해 태양광으로부터 얻어지는 전기의 전환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관련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이 같은 소재 기술을 통해 2010년 삼성전자로부터 태양전지 사업을 인수한 후 주력해 온 박막형 태양전지(CIGS계) 연구개발(R&D)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사업 재편 추진 상황을 5대 신수종 사업 관점에서 지켜보면 이 부회장의 역할이 과거보다 상당히 커진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