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사장은 롯데그룹의 첫 공채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만큼 남 다른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그룹 임직원들에게 ‘존경하는 CEO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이 신 사장을 꼽을 정도다.
신 사장은 1979년 롯데쇼핑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년간 구매·관리·영업·기획·마케팅 등 분야를 두루 거친 후 1998년 임원(이사대우)이 됐다. 그는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롯데그룹 일인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두각을 보였다.
신 사장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그에 대한 신 총괄회장 부자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다.
신 사장은 ‘신격호의 사람’으로 통하는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1997년부터 17년간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2011년 전문경영인 최초로 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정책본부는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롯데그룹의 핵심 컨트롤타워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각별한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2년 2월 롯데홈쇼핑 대표였던 신 사장을 4년 만에 그룹의 중추인 롯데백화점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특유의 추진력과 소통의 리더십, 마케팅 경영으로 롯데홈쇼핑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킨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2008년 부사장에 이어 2010년 사장 승진, 그리고 2년 뒤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신 사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줄곧 회자됐다.
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거론됐던 신 사장의 이름이 검찰에서 오르내리자 롯데그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신 회장은 롯데카드의 정보유출 사태를 비롯해 연이어 터지는 각종 사건·사고에 신경이 곤두섰다. 신 회장은 롯데홈쇼핑 뇌물 사건을 계기로 전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지시,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도록 했다. 신 회장이 신 사장을 직접 거론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그를 겨냥한 조치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일은 CEO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이 ‘윤리의식’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 사장의 비리 사건 연루 의혹만으로도 롯데그룹 전체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신 사장은 사업가로서 롯데그룹 성장에 기여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업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는지에 대해 물음표가 생기는 이유다.
실적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을 평가하는 분위기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스타 CEO의 요건은 이제 실적을 넘어 ‘윤리경영’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롯데그룹뿐 아니라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