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중수 한은 총재의 '가벼운 입' - 이진영 금융부 기자

입력 2013-09-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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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님은 해외 유명 경제학자들의 칼럼까지도 꼼꼼히 챙겨 보시는 등 세계 경제금융 동향에 매우 밝으세요. 저도 틈틈이 공부를 하지만 평소 해외 이슈나 석학들의 최근 시각에 관한 의견을 불쑥불쑥 물으실 때면 해박한 식견에 깜짝 놀라죠.”

한국은행 한 팀장이 역대 총재 중 국제무대에서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이로 김 총재를 꼽으면서 한 말이다. 다른 한은 사람들의 평도 다르지 않다.

공식석상에서도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동향을 소개하고 자신의 관점을 언급하는 것을 매우 즐겨 한다. 20여일 전에도 그랬다. 김 총재는 지난 4일 열린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유럽 등의 평가를 보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전기조(양적완화 축소)대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회의가 열리기 수일 전에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특히 그는 “과거엔 9월에 축소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면 연기할 수 있다는 톤(분위기)으로 바뀌었다”며 자신의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17~18일(현지시간) 열린 FOMC에서 양적완화는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불과 15일 전만 해도 9월 양적완화가 실시된 것을 점쳤던 김 총재가 ‘머쓱’하게 된 것이다.

김 총재는 양적완화 유지가 결정된 후 첫 공식행사로 지난 25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이달 FOMC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 의사결정이 사람들 생각과 다르게 나왔지만, 이는 타이밍의 문제라고 본다”며 해명 아닌 해명을 하기도 했다.

신뢰를 생명으로 여겨야 할 중앙은행 총재의 언행이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필요한 발언으로 자신은 물론 한은의 위상을 떨어뜨렸다. 아무리 임기 말이라지만 김 총재의 입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벼워진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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