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징역구형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27일로 예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3일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해 온 최 회장 형제의 심리를 종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 변경에 따른 추가 심리를 마치고 이달 13일로 예정했던 선고기일을 연기했다.
이날 검찰은 최 회장과 최 부회장에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구형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의 구형량과 같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막판까지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검찰 측은 법원의 권고에 따라 최 부회장이 계열사들이 조성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 자금 중 일부인 450억원의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공소사실을 변경했지만, 최 회장이 주범이라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최 회장 측은 그러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최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진실을 미리 밝히지 못한 과오와 오판을 후회한다. 용서를 구한다”며 “하지만 펀드 자금을 유용하기 위해 김원홍(전 SK해운 고문)과 공모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을 의식한 듯 “1심에서 진실을 밝히지 않고 거짓으로 증언한 점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사실은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가 혐의에 대해 과거 자백한 사실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김원홍에게 송금된 것은 몰랐다고 부인할 뿐 선지급금과 펀드의 성격은 알고 있다고 자백했다”며 “최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검찰과 1심에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과거의 자백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항소심의 핵심 증인으로 거론됐던 김원홍씨가 지난달 초 대만에서 체포돼 재판이 새 국면을 맞는 듯했으나, 신병 인도 시점이 불투명하고 재판부가 증인 채택 신청을 거절하면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재판부는 지난 7월 말 심리를 종결했었지만, 검찰에 최 부회장의 공소사실 변경을 권고한 후 변론을 재개, 이날 다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