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위기감에 ‘반토막’ 투자자‘발 동동’…유전펀드는 긍정적 “차별적 접근을”
지난달 미국연방준비은행제도(FED)의 출구 전략 발표와 중국의 긴축 우려 등 G2국가가 출렁이면서 상품 가격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초 직후 주요 원자재 가격은 평균 -10%를 하회하며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것.
블룸버그와 현대증권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초 이후 지난 1일까지 원자재 대표지수인 CRB상품지수는 11.3% 하락했고, 금 현물은 21.8%, 농산물 S&P GSCI지수는 13.8% , WTI선물은 4.8% 각각 하락했다.
특히 국제 금 가격은 올 2분기에만 무려 23% 급락해 불안을 부추겼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국제 금가격(London fixing price)이 산정된 1919년 이후 최대 폭락치다.
은 가격 역시 전월 대비 무려 17% 하락했다.
금보다 은이 더 큰 하락세를 보인 것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금, 은의 가격 추세를 살펴보면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1997년과 2008년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추세 동행하며 우상향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금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상승하거나 하락폭이 제한적인 반면 은은 산업 수요 둔화 우려로 낙폭이 커지며 금 가격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손동현 현대증권 PB리서치 연구원은 “그동안 금 가격 상승을 이끌던 미국 연준의 자산 축소, 상대적 달러화 강세, 글로벌 유동성 자산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선물시장에서 금 매도 공세가 지속됐다”며 “또 귀금속 가격 추락으로 시카고 상품거래소가 금 증거금을 25% 인상한 점도 금 가격 단기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출구 전략 논의에 따른 달러 강세가 원자재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그동안 대안 투자로 각광 받아온 원자재 펀드 투자자들도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 원자재 펀드 반토막 “아 옛날이여…”
G2국의 정세 불안과 달러 강세로 인해 그동안 직장인들의 재테크 1순위로 부각됐던 원자재 펀드들도 굴욕을 겪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 직후 주요 원자재 펀드들의 평균 유형 성과(-19.68%)는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8.33%) 펀드보다 두 배 넘는 낙폭을 기록 중이다.
달러가 강세 기조로 돌아서면서 금 펀드의 낙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 달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금 가격의 특성상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달러가 강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급브레이크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연초 직후 주요 금 펀드인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H)(A)’(-43.90%), ‘IBK골드마이닝증권자투자신탁[주식]’(-39.04%) 등은 40%가 넘는 반토막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미래에셋TIGER철강소재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19.46%), 삼성KODEX구리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구리-파생형](-14.01%),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농산물-파생형](-10.48%) 등 농산물과 주요 산업금속을 추종하는 원자재 펀드들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동, 북아프리카 정정 불안으로 원자재 중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자 관련 지수나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함박웃음이다.
같은 기간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1[WTI원유-파생형](A)(7.31%),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7.03%), 블랙록월드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주식)(H)(A)(6.96%) 등도 선방했다.
6월 이후 순항 중인 유가는 최근 이집트의 정정 불안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달 초 이집트 군부가 무하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향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가도 급등한 모습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스트레티지스트는 “이집트가 주요 산유국에 속하진 않지만 중동 원유의 운반에 핵심적인 수에즈 운하를 관리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은 글로벌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며 “순조로운 권력교체가 가시화된다면 유가 충격은 미미하겠지만 정치적 혼란이 극심해지고 군부의 개입 강도가 높아질 경우 유가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전문가들“현재 원자재 최악의 국면…선별적 접근 필요”
한편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원자재 투자 전략과 관련, 전문가들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상품, 원자재 가격 기반을 지지할 수 있는 요인도 현재 없는 데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대세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부 팀장은 “풍부한 유동성 및 중국의 고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펀드는 슈퍼사이클 진입 이슈로 큰 폭 상승했다”며 “그러나 글로벌 저성장과 중국의 구조조정 이슈로 성과가 향후 부진할 것으로 보이며, 원자재 가격이 상승 추세로 다시 진입하기까지는 기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석유와 산업용 금속은 전망이 밝은 만큼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최근 방한한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운용의 필립 브라이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선진국의 저성장 국면, 중국의 둔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따라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다만 산업용 원자재와 오일가스는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큰 약세를 보인 금 가격 전망과 관련, 브라이즈 매니저는 “다만 금은 다른 원자재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봐야 한다”면서 “금은 산업 금속이라기보다는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이 강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중기적으로 다른 원자재 대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석진 동양증권 원자재분석 담당 연구원도 “원자재 시황 자체가 현재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는 만큼 신규 투자자라면 상승 가능성이 있는 산업용 금속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파생결합증권)가 상당한 가격 메리트가 있는 만큼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 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통상 국제 원자재 가격들이 달러화와 반대로 가는 역발상 아이디어에 주목하라는 것.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 수요가 줄면서 원자재 가격도 하락한다. 당분간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불가피한 만큼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상품이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달러 강세 수혜 상품으로는 우리자산운용의 ‘우리KOSEF달러선물ETF’가 대표적이다.
현재 이 상품은 연초 직후 7% 가까이 급등했다. 이강희 우리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이 상품은 양적완화 출구 전략의 직접적 수혜가 예상되는 달러 매수 전략을 추구해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