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리스크 부담 줄이려 적과의 동침 선언…앞서 J&J과 합작벤처 설립
이안 리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적과의 동침’을 선언했다.
화이자는 신약 개발과 시장 확장을 위해 존슨앤존슨를 비롯한 경쟁업체와 손잡고 합작벤처를 만든다고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리드 CEO는 FT가 주최한 ‘미국 헬쓰케어 콘퍼런스’에서 “경쟁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장애물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합작 움직임의 배경에는 글로벌 제약업계의 고충이 담겨 있다. 이제까지 제약업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약 개발은 물론 치료제에 대한 독점권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수익을 보장하던 ‘블록버스터’ 약품들에 대한 특허권이 대거 만료되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특허권 상실은 당장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화이자의 매출은 135억 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 대비 9% 줄어든 것이다.
화이자는 2011년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상실하면서 저가의 제너릭(복제 약) 업체들과 무한경쟁에 놓이게 됐다.
화이자가 다시 우위를 확보하려면 대대적인 체질 개선과 혁신적인 신약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이를 위해 리드 CEO는 지난해 처방약 개발에 주력하기로 하고 동물 의약품 사업부인 조에티스를 분할 상장했다.
리드는 완전 분사 이후 조에티스를 기업 공개(IPO)하고 영양사업부의 상당 지분을 처리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핵심 처방약 제품에 중점을 두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존슨앤드존슨과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합작기업을 설립했다. 화이자의 ViiV헬스케어 사업부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제휴를 맺고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HIV) 에 대한 기존 치료약과 임상실험 단계의 약품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리드는 CEO는 “백신과 종양·신경정신병 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업체와 제휴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FT는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에 대한 비용과 리스크는 물론 상업적 이익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신선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화이자는 특허권을 확보했던 약품을 ‘가치(value)’ 사업으로 추진하고 개발단계의 신약 사업을 ‘성장(growth)’ 부문으로 나눠 두 가지 핵심 사업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리드 CEO는 그동안 이사회에 과학자 등 연구인력을 확보했으며 내부적으로는 토론을 활성화하는 등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