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이미 관계 청산” “퇴직임원 개인적 일” 해명 나선 기업들

입력 2013-05-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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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컴퍼니 2차 명단 발표국세청 등 사정당국 칼날 정조준… 재계 긴장

재계에 ‘페이퍼 컴퍼니’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국세청 등 사정 당국의 칼날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27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총수와 전·현직 임원 7명의 명단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페이퍼 컴퍼니와 연관된 재계 인사는 총 12명으로 늘었다.

이날 공개된 조세피난처 2차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조용민 전 한진해운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케미칼 부회장과 부인 김영혜씨 △이덕규 전 대우인터네셔널 이사와 유춘식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 등이 포함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최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이사는 2008년 10월2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그룹’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측은 “최 회장이 법인을 설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 11월 모든 관계를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황 사장은 1996년 2월19일 쿡아일랜드에 ‘파이브스타 아쿠 트러스트’, 조 전 부회장은 1996년 1월15일 버진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 이 전 이사는 2005년 7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이라는 이름의 페이퍼 컴퍼니를 각각 세웠다. 또 유 전 사장은 2007년 4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이 공개되자 해당 기업들은 자사와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했다. SK 측은 10여년 전 퇴직한 임원의 개인적인 일을 기업과 연관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대우인터 역시 “이 전 이사는 2008년 퇴직했다.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며 항변했다.

단, 한화재팬이 미국 하와이 소재 아파트 거래에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난 한화의 경우 “국내 관련법상 제약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면서 “2002년 이미 모든 것을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22일 1차 발표에서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 회장 부자가 등장한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재계의 유명 인사가 거론되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재계 전체가 비자금의 온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CJ그룹 이재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해외 비자금 1000억여원을 조성한 혐의가 포착됐고, 국세청도 이번 명단에 오른 기업들을 검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재계 전반에 거센 사정 바람이 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는 일련의 사건들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의미 때문에 기업들의 해명도 소용없다는 느낌”이라며 “업종 및 사업 특성상 조세피난처에서 법인을 운영하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싸잡아 지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조세피난처와 관련해 뉴스타파의 1·2차 명단, 재벌닷컴의 24개 그룹사 법인 설립 현황 등 연이은 폭로로 휘청이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재벌닷컴은 이번 2차 명단 발표 하루 전인 26일 자산 1조원 이상의 국내 24개 그룹이 조세피난처 9곳에 125개의 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회사의 자산 총액이 5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뉴스타파의 3차 한국인 명단 발표도 오는 30일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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