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일본산업]엔저 공습으로 인한 한국 경제 위기론… FTA 경쟁력 확보가 답이다

입력 2013-05-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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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높여 새로운 투자 모델 창출해야

‘원고·엔저’ 현상으로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면서 전자·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거의 모든 수출 주도형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외통상 의존율은 70%에 이르고, 이중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품목은 전체 수출의 45%를 차지한다. ‘엔저’로 인한 한국 경제의 ‘위기론’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산업의 경쟁력 상실 원인이 ‘엔저’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럽·미국·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성장 둔화와 일본과의 기술 격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 = 엔저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확보한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부품 및 소재 기술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는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보니 교역량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한 가지 해법으로는 우리나라와 각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대일 경쟁품목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수출량을 늘리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여기에 관세 철폐 등 FTA 효과로 국제통상 환경을 유리하게 이끌어 왔다. 이는 역으로 엔저 공세로부터 우리 산업을 방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우리는 미국, EU(유럽연합)뿐 아니라 남미 국가들과도 FTA를 체결했다”며 “이런 환경을 우리 기업들이 잘 이용하기만 해도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FTA 지원정책 강화를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4월 현재 우리나라는 46개국과 FTA가 발효 중이며, 일본은 14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일본은 14개 상대국 중 대부분 FTA 전 단계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고 있으며, 우리나라와의 최대 수출 격전지인 미국, EU 등과는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업 브랜드 가치 향상, 역발상 필요 = 경제계 일각에서는 최근 다국적 기업들의 잇따른 ‘한국행’에서 한국 산업의 경쟁력 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의 GE, 독일 지멘스·바스프 등 3개의 글로벌 기업들은 올해 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우리나라에 설립하겠다고 줄줄이 선언했다. GE는 조선해양 사업을 한국에 설치하고, 지멘스와 바스프는 각각 발전엔지니어링, 전자소재 사업 부문의 거점을 한국에 마련한다.

이들 기업이 한국을 지목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기업의 세계적 경쟁력’이다. 실제 이들 기업의 한국법인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본사에서 한국 기업과의 시너지를 가장 큰 효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미래사업의 전진기지를 한국에 설치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엔저를 활용해 양질의 원재료 수입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역발상’도 나온다.

효성 조석래 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대일 수출보다 수입이 많고, 엔화 거래 비중이 굉장히 높다”며 “환율 변동만큼 저절로 가격 인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엔저 수입 효과를 활용하면서 수출 다변화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일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엔저 위기 속에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일본보다 앞선 자유무역협정(FTA)을 잘 이용할 것을주문했다. (사진=뉴시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독자 기술력 확보 =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구조상 외부 변수에 흔들림 없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아베노믹스가 국내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꾸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품질 향상 및 신상품 개발 등 가격 외적인 부문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산업에서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R&D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늘고 있지만,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인식 개선과 수출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술 개발 관련 투자 확대를 지목하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산업의 기술 발전사는 ‘모방형’을 바탕으로 진행돼 왔는데, 새 정부가 추구하는 과학기술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인 ‘창조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R&D 투자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와 일본의 기술 격차는 많이 좁혀지고 있다”며 “엔저의 악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미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첨단기술 확보에 기업들의 능동적인 자세 전환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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