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관(管)- 윤성학 시인

입력 2013-03-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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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시인
지구상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은 종(種)이다
혼자이면서 집합
부분이면서 전체이다
생식하지 않으나 번식한다
대부분의 도시는 그(들)가(이) 지배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종이다

혈혈단신 시베리아를 횡단하거나
사막을 달려와 문명의 교차로에 이르러서는
담담히 도시 게릴라전을 치러내는 잔혹성

새벽에 깨어 들어보라
벽 속에 숨어 움직이는 레지스탕스
이들이 지구를 지배한다
저의 이름을 지운 채 자신이 품은 것에 따라
빠르게 변화한다
사막을 달릴 때 그는 송유관이라 불리는 전사였다
가스나 상수도 냉장고를 장악한 후
동물과 식물의 몸에까지 파고들어
혈관과 물관으로 번식한다
이들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과 저곳을 연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종의 본질
몸의 중심을 천공으로 비워둔 채 태어나는
종의 전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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