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20년 중기 예산안 9600억 유로로 전기 대비 3% 감축
유럽연합(EU)이 출범 이후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을 줄인다.
EU 개혁을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는 영국과 독일의 주장을 다른 회원국이 받아들인 영향이다.
EU 정상들은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2014~2020년의 7년 예산안을 9600억 유로(약 1400조원)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EU집행위원회(EC)가 제시한 초안에서 120억 유로를 삭감한 것이며 전기인 2007~2013년 예산 9940억 유로에서 3% 줄어든 수치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상임의장은 “우리는 유럽 전반에 걸친 어려운 경제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완벽한 예산은 없으나 새 예산안은 미래 지향적이며 각종 불안요소를 억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의 전반적인 지출을 삭감하자고 주장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물론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동유럽과 남유럽 국가들은 애초 삭감에 반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협상을 타결한 다음에 브뤼셀을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의를 유도했다.
EU 정상들은 25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예산안에 합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들의 이견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교통과 에너지 부문 예산은 초안의 1560억 유로에서 1260억 유로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의 반대로 농업보조금은 기존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동유럽 등 경제낙후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역개발 예산은 늘렸다.
다만 이번 예산안은 유럽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산안 감축에 반대해온 유럽 의회는 ‘고무도장’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EU 정상들도 성명에서 “진정한 예산안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