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기업 대격돌]현대차-기아차, 같은 엔진 같은 플랫폼… 디자인서 운명 갈린다

입력 2013-02-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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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호형호제, 속으론 판매 경쟁… 글로벌 시장선 엠블럼 바꿔 달기도

▲현대자동차 쏘나타

애당초 현대차와 기아차의 싸움은 의미가 없다. 그룹 총수가 하나인데다 대부분의 제품전략도 하나의 두뇌(연구소)에서 나온다. 심지어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장을 나눠 쓰는 것은 물론 앰블럼을 바꿔 달기도 한다. 초기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 엑센트는 기아차 앰블럼을 달았고,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는 SUV 쏘렌토와 플랫폼을 나눠쓴 현대차 싼타페도 생산한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총 711만대를 생산·판매 했다. 글로벌 5위 수준이다.

반면 회사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은 치열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신경전도 이어진다. 어차피 생산거점과 영업거점 규모는 현대차가 월등히 앞서 나간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441만여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는 271만여대를 팔았다.

이런 차이는 내수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152만대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현대차가 66만7000여대, 기아차가 약 48만1000대를 판매했다. 두 회사를 합쳐 내수 판매는 약 112만대다. 점유율 77% 수준이다.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경쟁 모델의 차이는 미미하다. 소형과 준중형, 중형, 고급차에서 각각 두 회사는 하나의 플랫폼을 쓴다. 이마저도 더 축소해 향후 하나의 플랫폼으로 준중형과 중형, 준대형까지 아우르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 외에는 전부 다르다. 차를 판매하는 영업, 신차를 기획하는 상품기획실도 별도다. 영업거점도 다르다. 결국 하나의 시장에서 두 가지 이상 제품을 판매하면 출혈경쟁도 우려해야 한다. 서로 판매경쟁을 벌이면서 경쟁하는 이른바 자기자본잠식도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미 어떤 시장에서든 이러한 경쟁 구도를 갖추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준중형차와 중형차, SUV 시장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같은 엔진과 같은 플랫폼, 다르지 않는 감성품질과 AS를 무기로 싸우고 있다.

이렇듯 가장 잘 팔리는 시장은 두 회사가 점유율을 나눠 갖지만 그 외의 등급에서는 철저하게 하나의 회사를 밀어준다.

▲기아자동차 K5
현대차는 한때 야심차게 개발했던 9인승 미니밴 트라제를 단종시켰다. 현대기아차 통합 이후 미니밴 시장을 아에 기아차(그랜드 카니발)에 넘긴 셈이다. 수출시장에서는 현대차 앰블럼을 달고 판매할 경우도 있지만 굳이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서로에게 손해를 끼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경차 시장도 기아차가 도맡는다. 한때 현대차 아토즈, 기아차 비스토로 나뉘었던 시장은 이제 기아차 모닝과 레이가 도맡는다.

이밖에 후륜구동 기반의 스포츠 쿠페 시장은 제네시스를 앞세웠던 현대차가 독주하고 있다. 시장이 크지도 않은 마당에 굳이 기아차까지 끼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고급차 영역은 한 회사를 밀어주기 보다 세밀하게 서로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간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버티고 있는 후륜구동 고급차 시장에 지난해 기아차가 K9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애당초 맞수는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아니었다. 수입차 시장의 동급 경쟁모델에 모자람이 없는 편의장비를 앞세워 수입차를 겨냥한다고 기아차는 밝혔다. 그러나 엔진과 개발 콘셉트 등을 감안했을 때 기아차 K9은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중간급에 자리한다.

K9은 기본적으로 많은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 향상이 주목적이다. 오피러스로 고전하던 고급차 시장에 재도전한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중고차 전문업체 카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아차 레이의 현실적인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5%가 모닝을 꼽았다. 같은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보다 기아차 레이의 경쟁차는 다름아닌 기아차 모닝인 셈이다.

향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판매량이 적은 등급에서는 서로에게 몰아주기 경영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회사가 뛰어들기보다 하나의 회사가 해당 등급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각각의 브랜드 특성을 살려 경쟁에 나서고 이로 인해 시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디자인이다. 이제껏 같은 플랫폼에서 나온 두 회사 차는 디자인이 차이점이었다. 성능과 연비, 승차감과 감성품질, 게다가 가격까지 비슷한 두 회사의 차는 오로지 디자인만 달랐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을 총괄하게 된 기아차 디자인총괄 피터 슈라이어가 이야기를 돌려놨다. 기아차 부활을 이끈 그가 이제 어떻게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을 차별화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가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 애가 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싸움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애타는 것은 각각 현대기아차의 영업본부, 그리고 경쟁업체들이다. 거꾸로 이 경쟁을 즐기는 사람은 현대기아차 고위 경영진, 그리고 차 구입을 앞둔 고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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