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TView] 윤은혜 박유천 유승호 씨, 수연엄마-보라엄마 아니었으면 어쩔 뻔?

입력 2012-12-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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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정말 어색해”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를 얘기할라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말이다. 사실 동시간대 시청률 선두라지만 ‘보고싶다’는 그림이 예쁜 드라마일 뿐 흡입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만 놓고 보면 사실 ‘안 보고 싶은’ 드라마로 꼽을 만하다. 동시간대 경쟁작 ‘전우치’에서 차태현, 성동일이 보여주는 연기에 비할까 싶을 정도다. 윤은혜 박유천 유승호가 한 화면에 잡힐 때면 마치 순정만화를 보는 듯 눈이 즐거워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주고받는 대사 톤이나 표정연기에 가끔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심하다”라는 말이 입에서 툭 튀어 나올 정도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한지 7년째다. 2006년 ‘궁’ 이후 필모그라피를 쌓아오면서 연기자로서 자리를 잡은 윤은혜는 이 드라마 ‘보고싶다’에서는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이다. 시청자들이 어색하다고 평가하는데 반해 각종 기사를 통해 연기력이 드라마 살렸다는 식의 기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수연으로서의 윤은혜는 합격점이다. 트라우마를 딛지 못하고 오열하는 장면이나 회상 속에서 슬퍼하는 모습 등 눈물 연기는 무난한 합격점을 받았다. 아쉽게도 조이로서의 윤은혜는 ‘노력 요함’이다. 해리(유승호) 앞에서 사랑스러운 그녀로, 성공한 디자이너로의 조이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성공한 해외파 디자이너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소녀적이며 해리의 사랑스러운 그녀가 되기에는 유승호에 비해 성숙해 보인다. 한참이나 누나같이 보이는 조이가 해리 옆에서 가녀리게 보일 리 만무하다. 외적인 모습도 그러하거니와 칭얼거리는 투의 대사톤은 하루 빨리 바꾸지 않으면 또 다시 연기력 논란에 오를 만하다.

비주얼의 엇박자 때문일까.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던 유승호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절었다가 안 절었다가…장면에 따라서 달라지는 불편한 다리도 그러하거니와 표정 변화 없는 대사 처리는 드라마를 심심하게 만든다. 그나마 여타 작품에서 발연기 혹평을 들으며 조금씩 성장해 온 박유천의 선전은 그나마 평가할 만하다. 여전히 고등학교 축제 때 하는 연극 같은 느낌이지만 수연엄마(송옥숙)를 향한 능청스러운 애교를 보여줄 때면 성장하고 있는 박유천이 보인다.

12일 방송된 ‘보고싶다’ 10회는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뺐다. 그동안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줄기 역할을 해왔던 수연엄마와 보라엄마(김미경)가 만났다. 보라엄마는 지난 7회부터 미스터리 속에 빠졌던 강상득 살인범으로 지목됐고, 10회에서는 결국 보라 성폭행범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는 등 본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의 추적 끝에 수갑을 차고 유치장에 갇힌 보라엄마를 수연엄마가 찾아갔다.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을 펴 놓은 수연엄마는 “내가,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내내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던 보라엄마도 “우리 딸이 죽었어요”라는 짧은 말을 내뱉고는 오열했다. 보라엄마와 수연엄마가 서로를 잡고 오열할 때 안방극장 시청자들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으리라.

한 번의 성폭행으로 인해 영혼이 망가진 딸의 엄마들…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또한 쏟아내며 눈물을 흘렸다. 송옥숙, 김미경이라는 노련한 배우들이 아니고서야 시청자들에게 그토록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었을 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두 연기자는 뛰어난 오열 연기를 선보였다.

‘보고싶다’는 마치 송옥숙 김미경 등 노련한 중견 연기자들이 세운 튼튼한 기둥 위에 윤은혜 유승호 박유천 등 예쁜 젊은 주인공들이 인테리어를 한 집 같다. 보고 있으면 예쁘기는 하지만 기둥이 되어주지 못하는 세 명의 주인공들은 언제 누군가를 위해 기둥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아니, 그에 앞서 스스로 예쁘면서 든든한 기둥이 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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