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빠진 박세리ㆍ청각장애 테니스선수… 도전하는 그들을 후원한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소외된 문화·스포츠 분야에 지원하는 ‘강만수식’ 사회공헌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기업 이미지를 돋보일 수 있는 문화·스포츠 지원보다는 산업은행의 개척 정신에 걸맞은 인물을 찾아 후원하고 있다. 지난 9월 박세리 선수가 9년여 만에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박 선수의 우승을 가장 기뻐한 사람 중에 한 명이 강 회장이었다.
강 회장은 지난해 9월 KDB의 새 인물로 박 선수를 후원하기로 했을 때 그룹 안팎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당시 박 선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슬럼프에 빠져 있는 상태라 후원사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강 회장은 외환위기 때 모든 국민이 좌절할 때 맨발 투혼으로 한국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개척한 박 선수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그는 “조금 성적이 좋지 않다고 외면한다면 KDB정신에 맞지 않다”며 “무엇보다도 박세리 선수가 후원 없이 경기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3년간 후원 계약을 맺었다. 결국 박 선수는 1년 만에 우승으로 강 회장에게 보답하면서 ‘하면 된다’는 KDB의 도전 정신에 가장 들어맞는 사례가 됐다.
강 회장은 박 선수 외에도 지난해 하반기 청각장애를 가진 테니스 유망주인 15세 소년 이덕희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이 선수는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최근 성인대회에 초청돼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천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스포츠뿐 아니라 가수·연주자 등 예술부문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미술 인재 발굴 육성에 애착을 갖고 있다. 강 회장이 이 분야에 정성을 쏟는 까닭은 ‘미술 인재 발굴 육성이 우리나라 미래산업과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기술과 디자인으로 산업혁명과 버금가는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켰듯이 미래 산업의 경쟁력과 승패는 순수미술에서 나온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열정으로 산업은행은 지난달 29일 본점 정원에 야외 미술관인 ‘파이어니어 갤러리(Pioneer Gallery)’를 개관했다. 이 갤러리는 미술작품, 공예품 등을 상시 전시해 작가들의 작품 판매를 돕고 수익금 중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밖에 강 회장은 미술재능인재를 발굴·양성하고자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1회를 맞은 ‘KDB 학생대전’을 매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KDB나눔재단의 ‘특별재능인재 지원사업’을 통해 재능 있는 미술인재를 선발해 해외 미술 유학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강 회장의 소외된 문화·스포츠 분야 지원은 다른 시중은행들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 단순히 기업홍보와 접목한 문화 지원이 아닌 메세나 프로그램을 통한 영재 양성에 힘을 쏟는 시중은행이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국내 순수 음악영재 발굴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대표 메세나 프로그램인 신한음악상을 제정해 후원하고 있다. 그동안 단순히 공연이나 음악회 지원이 아닌 영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