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13조원, 개장 10년만에 38배 '껑충'…낮은 운용보수, 분산투자 효과, 뛰어난 환금성 등 매력
10번째 생일을 맞이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폭발적인 관심 속에 자산관리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장 초 3400억원에 불과했던 순자산은 10년만에 13조원으로 불어나며 38배나 급증했다. 종목수도 4개에서 129개로 늘었다.
업종별 대표 종목들을 모두 담고 있어 분산효과가 뛰어난데다 낮은 수수료로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이끌려 투자자들을 몰려들고 있다.
지난 2002년 10월 개장한 ETF시장은 종목 기준으로 아시아 1위다.
특히 지난해 최소상장금액을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낮추고 상장유지 조건도 강제에서 운용사 재량으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ETF 중장기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이후 시장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커졌다. 개장 초기 코스피200지수에만 머물던 기초자산 종류도 2000년대 중후반 섹터, 해외지수, 채권, 인버스에서 2010년 이후 레버리지, 상품, 단기자금 등으로 다양화됐다.
급격한 시장성장으로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8월말 기준으로 ETF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다. 시총 14위 KB금융(1.32%)과 15위인 NHN(1.14%)의 중간이다. 대외악재에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보였던 3분기에도 ETF시총은 16%나 늘어나며 자산관리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ETF의 매매 편리성과 낮은 비용 때문이다. ETF는 주식형 펀드보다 비용이 훨씬 싸다. 일반펀드의 총보수가 연 2% 안팎인 데 반해 ETF 수수료는 연 0.5%에 불과하다. 매수, 매도시 수수료가 붙지만 주식형펀드의 환매 수수료보다 훨씬 낮다.
특히 증권사들이 ETF관련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는 추세여서 실질 수익률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된 ETF를 활용해 분산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매력 덕분에 ETF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40%~50%를 유지하고 있다.
◇질(質), 특정 상품·운용사쏠림현상 해결과제=
그러나 이같은 시장의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수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특정상품으로의 쏠림현상은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거래량 상위 5개 상품의 거래비중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96.7%를 기록하고 있다. 129개 종목 가운데 5개 종목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레버리지와 인버스가 대부분이다.
성수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종목별 쏠림 현상은 비단 우리 시장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정도가 심한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정 자산운용사의 과도한 시장점유율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8월 말 기준 시장에서 ETF를 굴리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총 15곳이다. 이 가운데 삼성 자산운용이 자산규모 7조6000억원을 자랑하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1조9000억원) 보다 4배나 더 많다. 3위인 우리자산운용(8901억원)까지 합치면 상위 3위사가 ETF시장의 77%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성 연구원은 “글로벌 ETF 시장에서 대형3사의 비중이 7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만 유독 쏠림이 심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시장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발주자들이 차별화된 기초자산, 구조를 활용하는 상품 등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출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