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부실채권 전년대비 44%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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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비율이 0.6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6년 6월(0.71%) 이후 최고치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전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크게 늘지 않은 가운데 연체율 증가로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집단대출 분쟁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6월 말 기준 집단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1.3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2%포인트 급증했다.
실제로 전국에 분포된 집단대출 분쟁 사업장만 94개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아파트 집단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집값 하락으로 갚을 돈을 연체하고, 이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급증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여파는 전체 가계여신 부실화에도 악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기마다 신규로 발생하는 부실대출금액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분기 은행권의 신규 부실채권은 6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기업대출에서 5조4000억원, 가계대출에서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실이 추가로 발생했다. 가계대출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포인트 급증했다. 이에 전체 가계여신 부실채권 비율도 0.76%로 2006년 9월(0.81%) 이후 가장 높아졌다.
신규 부실채권금액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신호다. 저신용자나 서민층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연체가 늘고 있어 추후에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신용카드 신규 부실채권 증가세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6월 말 1.3%에 불과했던 신용카드 부실채권비율은 1.61%로 0.3%포인트가량 늘었다. 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신용카드 신규 부실채권은 각각 2000억원씩 발생했다. 신용카드 결제를 3개월 이상 못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한계 상황에 이른 사람이 많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업여신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채권 비율(11.22%)은 건설업종 구조조정의 여파로 3월 말보다 2.13%포인트나 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PF 부실채권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예상이다.
한편 은행들이 기업여신 부실을 대거 정리하면서 전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49%로 전 분기 말(1.51%) 대비 0.02%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들은 올해 2분기에만 7조원 가량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지난해 30조원 가량의 대규모 부실을 털어낸 은행권은 상반기에 10조3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1.77%로 부실채권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1.64%), 외환은행(1.37%), 신한은행(1.31%)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권의 평균 부실채권비율 목표를 1.3%로 설정하고 은행별로 지도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