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래’ 밀레니얼이 무너진다] ‘언감생심’ 집은 무슨…학자금 대출 폭탄에 휘청

입력 2012-08-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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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들은 졸업과 함께 3중고에 시달린다. 극심한 취업난과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 오르지 않는 연봉이다. 미국 시라커스대학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의 축사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블룸버그

밀레니얼 중 한명인 앤드류 그지바츠(23)가 현재 갖고 있는 것은 대학 졸업장이다.

시급 8.5달러짜리 직장 그리고 당장이라도 보낼 수 있는 산더미처럼 쌓인 이력서와 3만달러가 넘는 학자금 빚도 재산이라면 재산이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면서 “대학에서 영화·TV 작가 과정을 마쳤는데 엔터테인먼트업계보다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분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지바츠의 암울한 상황은 현재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이들은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고 결혼은 물론 주택 구입도 미룬다. 설상가상 취업도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젊은이들의 절반은 놀고 있다.

고용시장이 부진을 보이는데다 학자금 대출 규모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는 최악의 사태가 겹치고 있다.

미국 대졸자 1인당 학자금 대출 규모는 인당 평균 2만5000달러로 집계됐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은 미국의 경기회복을 막는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이 자동차나 주택 구입을 뒷전으로 미뤄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억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부문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18%의 비중을 차지한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로히트 초프라 학자금 대출 책임자는 “학생 채무 문제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주택 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학은 최근 연구 결과, 부모 슬하에서 사는 젊은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 수요의 최대의 원동력인 신규 가정 형성 속도가 현재 1940년대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7~2011년 새로 형성된 가구 수는 매년 60만~80만 가구에 머물고 있다.

2006년까지 4년간 매년 120만~130만세대가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침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자료에서는 2001년 이후 모든 연령층이 순자산의 27%를 잃었지만 35세 미만의 연령층이 잃은 순자산은 3분의 1 이상으로 늘었다.

이 연령층의 평균 소득은 2007~2010년까지 10.5% 감소해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침체를 보였다.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고졸보다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공식도 깨졌다.

연준에 따르면 대졸자의 평균 소득은 2007~2010년까지 10% 가까이 감소한 반면 고졸자는 5% 감소에 그쳤다.

러트거스대학 조사에서는 자신의 세대가 직전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또한 학생의 거의 절반이 ‘풀타임’ 일에 종사하고, 빚이 있는 대졸자의 40%가 자동차나 주택 등 거액의 돈이 드는 소비는 자제한다고 답했다.

FT는 결국 미국의 경기회복은 거액의 빚을 져 교육을 받고도 실업과 소득 감소로 힘겨워하는 세대의 운명과 밀접하게 얽혀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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