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제출 미뤄질 수도
재벌규제 필요성엔 다수가 ‘공감’… 방법론엔 ‘이견’
새누리당에서 추진 중인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당내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출자분에 대한 의결권(가공의결권)을 제한토록 하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6일 대표발의하려 했다. 그러나 세부내용을 두고 모임 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일단 발의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 의원 측은 6일 기자에게 “정확한 개정안 발의 날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동발의자로 서명한 의원도 모임 전체 인원 48명의 절반도 채 안 되는 23명밖에 되지 않는다.
남 의원이 마련한 개정안은 자산총액의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상호출자 제한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주식의 교환과 이전, 회사의 합병과 영업의 양수 등의 사유로 순환출자 관계를 형성한 경우에는 주식을 취득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법 시행 이전 순환출자 관계를 형성한 경우에는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가공의결권을 제한했다. 이를 위해 상호출자 제한기업으로 하여금 공정거래위원회에 순환출자 회사, 순환출자의 형태, 시기, 지분비율, 출자금액 등을 신고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대기업 집단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고, 규제 방법이 다소 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서명한 한 의원은 “남 의원이 계속 부탁해 와서 개정안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내용을 뒤늦게 살펴보니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논란거리 중 하나는 가공의결권 제한으로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한 기업들의 주주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부분이다. 당초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추진한 배경은 기업 총수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공의결권의 범위를 총수가 가진 지분 뿐 아니라 순환출자 한 기업의 지분 전체로 확대하면서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순환출자를 허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실제로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독일의 도이체방크그룹, 인도의 티타그룹, 대만의 포모사그룹 등도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남 의원 측 관계자는 “순환출자의 불법성이 강하다는 건 이미 관련 논의가 시작됐던 2004년과 2007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 위축 우려가 있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재계의 주장일 뿐”이라며 “오히려 재벌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과도한 권한을 행사는 것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순환출자를 하지 않아도 적대적 M&A를 막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고 재계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외국에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기업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순환출자가 아닌 다단계 출자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