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의 '크로스오버' 포르쉐의 '세단' 눈에 띄네
국내 자동차시장은 꽤 단조로웠다. 모든 차가 세단과 해치백, SUV로 점철됐다. 적어도 수입차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단순한 거리를 다양한 차로 채운 주인공은 수입차다. 독특한 디자인과 콘셉트를 앞세워 국내 자동차 시장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고성능과 넘치는 편의장비를 앞세워 시장을 늘렸고 이제 본격적인 점유율 10%시대를 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입차는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비주류다. 가능성이 큰 니치 마켓인 셈이다. 이런 수입차 시장에서도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워 ‘니치 속에 니치’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때로는 시장 확대의 주역으로, 때로는 브랜드 홍보효과를 끌어올리는 ‘이미지 리더’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수입차 시장의 니치 모델을 살펴보자.
아랫급 SUV인 EX35는 오히려 독보적이다. 닛산의 고성능 쿠페 ‘스카이라인’을 베이스로 4륜구동 시스템을 더하고 차체를 높였다. 마땅한 라이벌을 앞세울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시장을 스스로 형성한다.
크로스오버 자동차는 두 가지 이상의 콘셉트를 한 데 모은 차를 의미한다. EX35에는 고성능 쿠페와 SUV의 콘셉트가 오롯이 담겨있다. 인피니티는 이를 주저 없이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세계 10대 엔진으로 추앙받았던 V6 3.5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출력 302마력을 낸다. 언뜻 넘치는 고출력을 바탕으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여성 오너를 위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차체 덕에 여성 오너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고성능을 지녔다고 인피니티는 강조한다. 여성 운전자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도 쉽게 차에 오르고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버튼 하나로 2열 시트를 접었다 펼 수 있는 점도 여성을 위한 배려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답게 다양한 편의장치도 차고 넘친다. 가격은 5580만원. 성능이 한참이나 모자라는 독일 소형차 값이다.
1세기를 치닫는 역사 동안 이러한 기본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차를 팔아야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SUV와 4도어 세단을 개발하며 영역을 넓힌 이유다.
포르쉐 최초의 4도어 세단은 ‘파나메라’다. 포르쉐 자체가 특정 스포츠카 매니아를 겨냥한 니치 브랜드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파나메라는 자체가 혁신이다. 나아가 기존 포르쉐의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닌, ‘고성능 럭셔리 세단’이라는 또 하나의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은 파나메라 디젤. V6 3.0리터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공인 연비는 11.8km다. 80리터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다.
디젤 엔진을 얹었지만 독일차 특유의 저진동과 저소음이 장점이다. 나아가 정지상태에서 급가속하면 시속 100km까지 6.8초면 충분하다. 가속을 이어가면 최고시속 242km에 이른다. 4도어 세단의 구조를 지녔지만 포르쉐의 스포츠카 DNA가 가득하기도 하다. 가격은 1억2280만원이다.
이제껏 회사의 이미지는 평범했다. 혀를 내두를만한 감성품질과 조립기술, 잔고장없는 내구성 등이 특징일 뿐이다. 이러한 단순 이미지를 넘어 고성능 스포츠 감성을 담고 등장한 차가 ‘시로코’다.
마음껏 늘린 차 너비와 전방을 날카롭게 노려보는 디자인 등이 맞물려 고성능 이미지를 잔뜩 품는다. 이외에 고성능을 상징하는 다양한 디자인 터치와 장비, 로고 등이 차체 곳곳에 스며들었다.
직렬 4기통 2.0 TDI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70마력을 낸다. 모자란 듯한 출력수치에 실제 주행때 보기 좋게 편견을 깬다. 가솔린 3000cc에 맞먹는 순간출력을 앞세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1초면 충분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220km에 이른다.
공인연비는 새로 도입된 연비기준으로 고속도로 주행때 18.3km, 도심 13.6km다. 평균 복합 15.4km다.
2도어 해치백 구조를 지닌 시로코는 기본적으로 골프 메커니즘을 가져왔으나 주행특성과 타깃 등은 전혀 다르다. 골프 GTI가 골프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면 시로코는 폭스바겐 브랜드 자체를 업그레이드 시킨다. 가격은 413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