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레저단지 사업 사실상 무산…해당 사실 공시안해
롯데관광개발이 불성설공시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경기도와 함께 추진했던 관광도시 개발사업이 전면 취소됐지만 해당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2007년 10월 세계 유수의 부동산투자사 및 개발사인 레드우드그룹(the redwood group)과 함께 경기도 포천시에 복합관광휴양레저단지를 개발키로 하고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위한 투자확약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는 사업명이 포천에코디자인시티 개발사업으로 자본금 3500억원 규모의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총 3조5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돼 있다.
자본금은 롯데관광개발과 레드우드그룹이 각각 1400억원을 출자해 지분의 40%씩을 갖고 나머지 700억원(20%)은 국내시공사 및 전략적·재무적투자자로부터 출자 받을 계획이었다.
롯데관광개발은 같은해 12월 경기도 포천 에코디자인시티 관광휴양레저도시 개발사업을 위한 MOU체결 공시를 냈다.
앞선 10월 공시에 경기도와 포천시 지방지차단체, 경기관광공사, 삼성물산, 우리은행이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는 내용과 구체적인 개발시설 내역이 포함됐지만 이전 공시와 큰 차이는 없었다.
개발완료시기가 2013년에서 2014년으로 변경되고 개발 총사업비 예상액이 1000억원 감소 된 것 정도가 주요 변동 사항이다.
2007년 10월 이전 3만원 초중반대를 오가던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포천에코디자인시티 조성과 관련한 두번의 공시로 상승 탄력을 받으면서 그해 12월5일 8만3500원(종가기준)까지 치솟았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를 바탕으로 다음해인 2008년 3월 포천 에코디자인시티 관련 특수목적법인 출자를 위한 3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롯데관광개발과 함께 1400억원을 출자키로 했던 레드우드그룹이 2008년초 금융위기를 이유로 참여를 포기하면서 특수목적법인 설립은 시작도 못해보고 물거품이 됐다.
BW로 조달한 자금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투입됐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레드우드가 투자 계약을 철회한 이후 새로운 투자자를 계속 물색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며 "계속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하던 중 2010년 경 포천시로부터 사업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취소된 후 롯데관광개발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MOU는 법적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변동사항에 대한 공시의무 여부 등을)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면밀히 검토한 후에 판단를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시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이 호재성 공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있지만 악재로 바뀔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공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며 "기업이 이런 허점을 이용해 호재 공시를 내고 이후 상황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일이 반복되면 투자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관광개발과 함께 1400억원을 출자키로 했던 레드우드그룹의 존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레드우드를 세계 유수의 부동산 투자사라고 소개했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포천에코디자인시티 이전에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사례가 없는 등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레드우드로부터의 투자유치는 오너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한 일이라 포천 관련 사업에 참여했던 임원들도 레드우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했다"며 "미국과 영국 등에서 유명한 부동산 투자회사라고 소개를 받았지만 당시 레드우드의 한국 사무소에는 대표와 전화 받는 직원 한명 정도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12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공시번복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롯데관광개발은 2007년 4월17일 에스원골프(가칭)의 주식 4만2000주를 취득키로 했다고 공시했다가 취득 예정일이었던 2007년 5월10일 취득하지 못했고 이후 사업 환경 등의 변화로 타법인출자를 취소키로 했다고 지난달 말 공시를 번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