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곳곳 ‘경고등’…무역 1조달러 유지 위태·국채 위험도 상승
한국경제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교적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한국의 재정상황은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의 국가 채무율이 5년 전 한국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또한 생산과 수출, 소비 등 실물경제 부문에서는 이미 침체의 모습을 보이자 정부에서는 무역 1조 달러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게다가 투자 매력도가 높은 곳으로 꼽혔던 한국의 신용도가 하락하는 등 경제 관련 거의 모든 지표가 위기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 KDI의 경고 =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12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최근의 남유럽 재정위기는 매우 낮은 수준의 부채에서도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스페인은 한국과 1인당 소득과 인구규모가 비슷해 2007년 정부부채/GDP 비율이 36%에 불과했으나 재정위기에 봉착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2008년 30.1%에서 2009년 33.8%로 상승했으나, 2010년 33.4% 잠시 축소됐으나 지난해 34.0%로 높아졌다.
고 본부장은 “올해 정부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은 14조200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4조원이 불어났다”며 “정부부채가 이자 부담을 자극하는 악순환 구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 본부장은 “대내외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밝힌 2013년 균형재정 목표를 조속히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도 이에 동감했다. 최상대 재정부 예산총괄과장은 “금융위기는 재정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재정위가 오면 극복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 무역1조달러 무너지나 노심초사 =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한국의 수출도 주춤하고 있다. 5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한 471억6000만달러, 수입은 1.2% 줄어든 447억5600만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수출이 3개월 연속 줄었다.
수출환경은 더 나빠질 수 있다. 12일 열린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 세계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국제교역물량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FTA 확대에 따라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정부에서는 지난 해 달성한 무역 1조 달러의 금자탑이 무너질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홍석우 장관의 고민은 무역 1조 달러 달성 여부와 전력수급 문제의 악화 등 2가지”라며 “대외경제 여건 악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 무역 1조달러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 한국 채권 신용등급 하락 = 아시아권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은 곳으로 꼽혔던 한국의 신용도도 하락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지난달 말 현재 한국의 국채(5년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이 전월 말보다 21bp 오른 142bp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CDS프리미엄 상승은 신용도가 나빠져 그 만큼 부도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된다는 의미다. 지난 1월 150bp까지 오른 후 2월(136bp), 3월(123bp), 4월(121bp)로 하락추세에 접어들다가 악화된 것이다.
이에 금감원 측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국내 경제에 대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내수시장의 심리적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