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모르는 증권사CEO
CEO(최고 경영자)는 전략 수립과 실행, 수익성 및 시장 점유율 제고 등 경영상의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CEO의 자질이 곧 회사의 경영성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 만큼 CEO의 역할과 자질이 중요하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증권업계의 경우 상황은 더 그렇다. 특히 최근 프라임브로커리지와 헤지펀드의 등장과 대체거래소(ATS) 도입 등 투자은행(IB) 부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CEO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성이 결여된 CEO들로 인해 해당 증권사는 물론이고 증권업계 발전까지 저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 증권사는 올초 정통 ‘증권맨’으로 통하는 인물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이 증권사의 CEO자리는 외지 출신들이 주로 CEO자리를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증권 경력이 있었던 사장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 중도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결국 비증권 전문가들이 회사 경영을 주도했고 그 결과 이 증권사의 경쟁력은 크게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기존 회사의 ‘보수경영’이 증권사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증권업계의 경우 순발력과 영업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부적으로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타지에서 온 CEO들이 증권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임직원들과 충돌을 빚은 것이다.
◇ “전문성 강조되는 증권업 특성 이해해야”
비금융 제조업 계열 증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증권업에 진출한 제조업체들 가운데 증권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증권사를 사(私)금고로 삼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또 오너의 아들, 사위 등을 최고경영자에 앉혀 족벌체제로 운영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도 일부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 중에는 경영진을 친인척 관계로만 구성해 보수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며 증권사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비 금융사 계열 증권사들의 경우 변화가 빠르고 전문 인력 의존도가 높은 증권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기업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특히 모기업에서 내려보낸 CEO들의 전문성 결여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조업 계열 증권사들의 CEO들 가운데서 증권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업무를 보다 증권사 CEO자리를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조업 계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업을 잘 모르는 대표가 올 경우 업무를 파악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문제는 어렵게 업무파악을 하더라도 임기가 연장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