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원 키움증권 연구원
2009년 하반기에 입사해서 RA 생활을 한지 어느덧 만 2년 반이네요. 쉽지 않은 시간이었고,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이 힘들고 몸이 지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내 마음만 다잡으면 어려울 건 없었으니까. 문제는 이따금씩 오는 방황, 미래에 대한 불안. 물론, 나 혼자만 이런 사춘기를 넘어선 팔춘기를 경험하는 것이 아닐 거라며 위로를 했지만…. 어릴 땐 이 나이 즈음 되면 어른일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어느날 갑자기 허공에서 전혀 다른 세상으로 뚝 떨어진 느낌이랄까. 이 책은, 그런 제 맘을 속속들이 헤집어 정답을 주더라구요. 저 같은 직장생활 3~4년차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내용들, 갓 서른이 된 이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은 글귀들이 많습니다. 책은 읽은 후의 결론은, 이런 방황은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증거라는 것!
30대, 한국에서의 30대는 어느 위치일까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이제 막 적응하려는데 금새 서른이고,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고, 책임감이 늘어가죠. 20대까지만 해도 객기와 실수는 오히려 청춘과 젊음의 증거로 받아들여 졌다면, 서른살에는 권리보다 의무가 커지는 시기입니다. 또 한편 꿈과 현실이 충돌하는 좌절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 올려다본 세상은 무척이나 화려하죠. 스무살엔 서른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 질 거라 기대합니다. "서른은 희망과 가능성의 나이이기도 하지만 방황과 좌절, 그리고 우울에 빠져드는 나이기도 하다, 인생의 한 전환기로서,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의 시기로서, 홀로서야 하는 실질적인 독립의 시기로서, 꿈에서 현실로 내려오는 좌절의 시기로서 서른살의 삶은 고되기만 하다"라고 작가님이 적어두셨네요. 자신의 유일성과 중요성을 발견할 만한 기회는 현대사회가 자주 용납하지 않겠지만, 그래서 공허함과 허무함이 밀려올 때도 있겠지만, 우리가 자신감 있게 힘차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이 중요하고 특별한 것이라는 확신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요.
또 하나, 요즘 주위 또래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현대사회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쿨'하려는 노력도 우리들을 더 외롭게 할지도 모르겠어요. "삶이 쿨함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쿨함이란 갑옷으로 무장하려는 젊은이들은 그래서 슬프다. 쿨함에 목숨거는 젊은이들은 말 그대로 멋지고 자유롭고 세련되게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알고 보면 한치 앞도 모르는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고, 외로우면서도 상처 입기 두려워 외로움을 참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쿨하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들, 3~4년차 직장인들, 또 갓 서른 문턱을 넘어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서른살을 준비하며 읽은 이 책은 서른이 되었을 때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테고, 서른 중반즈음이 돼서 읽으면 또 다른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될 것 같네요. 결론은 우리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비슷한 방황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방황은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 그러니까 20대들, 서른 즈음의 분들 자신감을 잃지 말고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