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저가TV 딜레마에 빠졌다. 싸게 내놓자니 품질과 수익성을 포기해야 하고, 고가인 프리미엄 제품으로만 가자니 최근 가격파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마트 TV'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서민층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출시될 지, 출시가 과연 될 지는 모르는 상황. 가격을 낮추면 품질이 떨어지고, 이는 곧 LG전자 브랜드 손상으로 이어진다. 또 저가 제품은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 수익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실제로 LG전자 TV사업을 총괄하는 권희원 부사장은 지난 2일 고려대에서 열린 LG전자 채용 특강에서 "우리의 20% 제품이 80% 매출을 차지한다. 또 그 80% 중에 20% 정도가 이익을 가져다 준다"며 "20% 제품만 하면 되는 건 아니지만 주력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고민의 일단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마트 TV의 돌풍으로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대만 업체에서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제작한 32인치 LED TV를 49만9000원에 내놓아 이틀 만에 5000대를 모두 팔아치우는 돌풍을 일으켰다. 내년 1월 들어오는 추가 물량도 벌써 3500명이 예약했다.
현재 LG전자의 보급형 32인치 LED TV 가격은 90만원대. 향후 저가 TV가 나온다면 이보다 10만~20만원 더 내린 중저가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가 내놓은 50만의 파격적인 가격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LG전자 관계자는 "저가 TV를 준비중이지만 이마트 처럼 40만원대까지 떨어뜨리는 건 품질문제 상 불가능하다"며 "품질을 희생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에게도 손해"라고 말했다.
권희원 부사장도"(이마트TV는)저가의 유통 채널을 이용해서 제품 가격을 크게 낮췄지만 싼 제품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이마트 TV가 출시된 뒤 LG전자도 연구소에서 제품을 구매해 다 뜯어봤는데 질이 많이 떨어진다. 살 수는 있겠지만, 사고 나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