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는 정치 도박 비난...EU 탈퇴 여부도 결정할 듯
‘문제아’ 그리스가 또 말썽이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유럽 정상이 합의한 위기 해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정치 도박을 감행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재점화했다.
그는 1일 “국민투표는 그리스가 EU와 유로존 회원국인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EU 탈퇴 여부도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판드레우 총리의 뜬금없는 국민투표 제안에 대해 “유로화를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해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를 통해 재정 긴축 이행을 위한 추진력을 얻겠다는 속셈이지만 투표가 부결되면 그동안 유로존 회원국들이 공들여 구체화한 재정 위기 대응책의 근간이 흔들린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셈이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그리스 뿐만 아니라 유로존 전체의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2차 구제금융 방안이 거부되면 ‘무질서한’ 디폴트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역시 “그리스 구제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브라이언 김 투자전략가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는 의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만 더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그리스발 돌발 악재로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시오밤 모든 RBS증권 중남미 전략 책임자는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사태를 한순간 가라앉힐 수 있는 바주카포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프랑스와 독일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일 긴급 회동을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해결사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주 유럽 정상이 합의한 계획이 그리스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