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재용 부자의 삼성 오너십, 빛을 발하다

입력 2011-10-20 10:45수정 2011-10-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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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출근경영 6개월…이재용 사장 애플과 특허戰 진두지휘

“지금 같아서는 안되겠다. 더 정신차리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지난 14일 미국·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김포공항에서)

“팀 쿡 사무실에 찾아가 2~3시간 동안 양사 간 좋은 관계 구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지난 19일 스티브 잡스 추도식 참석 후 김포공항 귀국장에서)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삼성을 이끌고 있는 두 핵심인물의 존재감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4월 21일부터 서초사옥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삼성 오너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재용 사장은 애플과의 특허전을 진두지휘하면서 팀 쿡과의 면담을 통해 최고경영자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20일 오전 7시 40분. 이건희 회장은 삼성 서초사옥 로비에서 이재용 사장, 김순택 부회장 등의 영접을 받은 후 42층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 회장의 이날 출근은 오너의 귀환을 천명했던 ‘출근 경영’을 시작한 지 만 6개월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최근 김포공항에서 새로운 화두를 던진 터라,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 6개월은 이 회장의 오너십을 확실하게 보여준 기간이었다.

평창 올림픽 유치 성공과 조직문화 쇄신을 통해 오너의 입지를 확고히 했고, 애플과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면서도 스마트폰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IT업계 주도권도 확실히 다져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4월 21일 이후 이날까지 총 31회 삼성전자 본사로 출근했다. 일주일에 평균 두번 출근한 셈이다.

그가 처음 출근했던 때는 실망스러운 1분기 실적, 애플과의 특허전 시작, 삼성 계열사에 대한 국세청의 일제 세무조사 등 안팎으로 위기의식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 회장이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직접 경영을 챙기면서 분위기는 일신됐다. 이 회장은 내부적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천명하며 ‘윤리경영’을 강화했다. 글로벌 특허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비 뿐 아니라 공세도 강화하며 경쟁자들에게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인식도 심었다. 평창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민간 스포츠 외교관’으로서의 위상도 재확인했다.

이재용 사장의 최근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이 사장은 그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회장님께 여쭤보라”며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이번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을 계기로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이 사장은 팀 쿡 애플 CEO의 초청을 받아 고 스티브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했다. 전 세계 40여명 만이 참석한 추도식에 아시아인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둘 뿐이었다. 전 세계에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사장은 추도식 후 쿡 CEO와 단독으로 회동하며 양사의 관계 발전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벌였다. 특히 이 사장의 협상력으로 애플과 장기 부품 공급에 대한 긍정적인 결론을 얻어냈다.

재계는 삼성전자 CEO가 아닌 COO 이재용 사장이 애플 CEO와 단독 회동을 가진 것은 그가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사장의 이같은 적극적인 행보에 따라 삼성의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재계의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이 사장이 올해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이미 부회장 직에 오른 터여서 무리도 아니다.

이건희·재용 부자에게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글로벌IT 업계의 급진적 변화와 사업 간 영역 파괴 경쟁에서 확고한 위상을 지켜야 한다. 삼성이 미래 먹을거리로 정한 태양전지, 자동차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도 하루빨리 안착시켜야 한다.

이 회장과 이 사장이 어떤 역할 분담으로 삼성의 미래를 그려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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