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기조, 최소 2년간 유지 확약...美증시, 25개월만에 최대폭 상승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마법이 다시 한번 효과를 발휘했다.
연준이 9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기회복세를 촉진하기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적어도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하기로 밝히면서 최근 경기침체 공포에 휩싸였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FOMC 성명에서 연준은 “올 들어 미국의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 경기상황을 진단했다.
최근 고용시장의 전반적 상황이 악화됐고 실업률은 높아졌다고 연준은 지적했다.
이어 연준은 “가계지출도 둔화되고 있고 비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약하며 주택시장도 침체돼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 후 연준은 “향후 몇 분기 동안 당초 예상보다 느린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 하방리스크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소 2년간 초저금리 기조 유지 방침 이외에 연준은 경기회복세를 돕기 위해 기존의 보유채권 재투자 정책을 지속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이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증시는 FOMC 성명 발표 직후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은 실망감에 1% 안팎으로 하락했으나 시장에서 연준의 경기부양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급등세로 돌아섰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3.98% 급등한 1만1239.77으로 1만1200선을 회복했다. 나스닥 지수가 5.29%, S&P500 지수가 4.74% 각각 뛰었다.
이날 미국증시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FOMC 결과가 나오기 전 장을 마감했던 유럽증시도 버냉키의 경기부양책 기대에 최근의 폭락세에서 벗어났다.
영국과 프랑스증시가 8일만에 상승했고 독일증시는 약보합으로 장을 끝냈다.
영국 FTSE100 지수가 전일 대비 1.84%, 프랑스 CAC40 지수가 1.63% 각각 올랐고 독일 DAX30 지수는 0.10% 내렸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일 대비 1.4% 상승한 232.20으로 마감했다.
다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여전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국채에도 수요가 몰렸다. FOMC 성명 발표 전에 장을 끝낸 금은 온스당 1750달러에 육박하며 전일에 이어 최고가를 다시 갈아 치웠다. 12월 인도분 금값은 전일 대비 29.80달러(1.7%) 오른 온스당 17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2.04%로 하락해 지난 2008년 12월의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스위스프랑도 초강세를 보였다. 스위스프랑 가치는 장중 달러에 대해 6.3% 급등해 지난 1971년 이후 40년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