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는 것보다는 낫지만...결과는 하나마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3차 양적완화(QE3) 도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전문가들은 QE2의 효과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관심이 높다. QE2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리는 회의인만큼 QE3 도입에 대한 암시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물가는 상승해 연준 입장에서는 새로운 통화정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전했다.
WSJ에 따르면 이 같은 관측의 배경에는 작년 11월 시작돼 이달 말 종료하는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QE2 효과가 정책 당국자의 최대 과제인 경제 성장과 고용 개선 여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들은 QE가 어느정도의 약효는 발휘했다고 보고 있다. 도입하는데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있었지만 경제에서 디플레 우려는 제거했다는 것이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 디플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물가가 계속 내려가는 상황은 벗어나기도 힘든데다 채무에도 한층 부담을 줘 경제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
연준 멤버를 지낸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멜론대학 경제학 교수는 “연준은 디플레 저지를 위해 나설 필요가 있었다”면서 “연준에게 고용 창출은 2차적 문제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디플레 리스크 완화가 QE2 효과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QE2 규모로 봤을 때 그 정도의 약효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의 존 코크래인 교수는 “정부는 심리 안정을 위해 6000억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매입했을 뿐”이라면서 “사실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QE2는 장기금리를 낮추는데도 실패했고, 고용도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연준의 QE2로 인해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쉬운 상태로 변했다면서 엄청난 국가부채와 그에 따른 정치의 영향에 의해 국채 시장은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연준은 지금까지의 정책에 매우 낙관하는 분위기다. 벤 버냉키 의장을 포함한 연준은 경기 개선과 주가 상승, 고용 증가 등을 예로 들며 QE2를 자찬하고 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총재는 “2008~2010년초까지 이뤄진 연준의 양적완화정책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까지 국내총생산(GDP)이 3%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이며, 30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QE2의 최대 문제는 그 약발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경기가 예상외 둔화를 보인다는 점이다.
5월 고용지표는 고용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잠재웠고, 주택 부문은 계속해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채수익률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하락일로를 걷고 있다.
조지메이슨대학의 타일러 코웬 경제학 교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면서 “기본적으로 경제 상태가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에 연준이 무슨 조치를 취해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QE3가 실시되더라도 마찬가지로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비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준의 조치로 수혜를 입은 부문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사이먼 존슨 교수는 “연준의 목적 중 자산 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에선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서 그러나 조기 경기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이코노미스트들처럼 “실패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존슨 교수는 “대규모 금융 위기 후에 금융정책이 달성할 수 있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이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가져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