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 日 간 총리, '1.5차 추경' 지시 속셈은...

입력 2011-06-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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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수명 연장 위한 임시방편" 비난 거세

간 나오토 총리가 지시한 추가 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일본 정계가 시끄럽다.

간 총리가 2차 추경도 아닌 ‘1.5차 추경’ 예산을 편성하라고 지시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 퇴진을 앞두고 총리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비난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간 총리는 14일(현지시간)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에게 1.5차 추경 예산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현지 언론이 15일 전했다.

간 총리는 전날 국회 답변에서도 "'1.5차 추경'이라고 부를 법한 항목, 즉 1차 추경 예산에 넣을 수 없었던 것을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1.5차 추경 예산은 2011 회계연도분이다. 일본의 회계연도는 4월에 시작해 다음해 3월에 끝난다.

일본 국회는 지난 3월 2011년도 예산을 통과시켰고, 동일본대지진 직후 여야가 합의해서 1차 추경 예산까지 마련했다. 동일본대지진 복구 비용을 마련하려면 2, 3차 추경 예산도 편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 총리가 난데없이 1.5차 추경 예산을 언급한 것은 중의원(하원)은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참의원(상원)은 '여소야대' 상태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일본은 재해 복구 비용처럼 거액의 예산을 마련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여당인 민주당은 중의원 다수를 차지한 만큼 예산 편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국채를 발행하려면 야당이 다수인 참의원에서 관련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간 총리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야당이 선뜻 국채 발행에 협조할 리 없다. 이 때문에 여당 안에서도 '2차 추경부터는 간 총리 퇴진 후에 편성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간 총리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채 관련 법률을 통과시킬 필요없이 잉여금만으로 1.5차 추경 예산을 짜자는 발상을 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해석했다.

1.5차 추경 예산을 논의하려면 22일로 다가온 정기국회 회기를 늘려야 하고, 퇴진 시기도 덩달아 늦출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야당은 "간 총리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기 연장에도 반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1.5차 추경 예산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2차 추경 예산을 편성하려면 간 총리가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궁지에 몰린 간 총리가 꺼낸 최후의 카드가 오히려 여당 내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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