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GM Vs. 도요타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도에는 창사 70년 만에 첫 적자를 냈고, 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터진 대량 리콜 사태는 겨우 회복 기조에 오르던 도요타를 또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결정타는 2011년 3월11일 일본 열도를 뒤흔든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였다.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서플라이체인(부품공급망)이 끊기면서 업계 거인인 도요타도 맥없이 무너졌던 것.
대지진 직후 도요타의 생산 가동률은 종전의 50% 수준으로 떨어졌고, 4~5월 일본 내 공장의 감산 대수는 35만대에 달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 왕좌가 위태롭게 된 것은 물론이다.
도요타는 올 가을이면 생산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서플라이체인의 정상화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숨돌릴 틈도 없이 벌어진 일들이었다. 이는 최적의 작업상태에서 차만 잘 만들면 되는 줄 알았던 도요타 방식에도 변화를 줄 때가 됐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도요타는 필요한 것을 제대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방식을 바탕으로 표준화와 낭비제거, 사람 중시 자동화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이 같은 효율 위주의 시스템은 1980년대 일본 제조업계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유수의 기업들 사이에서도 경영의 표본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은 대지진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하면서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JIT방식으로 부품 재고가 빠듯한 가운데 막상 서플라이체인까지 끊기자 당장 완성차 생산 중단이라는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도요타는 고육지책으로 JIT 대신 일본 내 3개 거점에 적정 재고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변경에 나섰다.
하지만 도요타 신화의 대명사인 도요타 경영방식에 대한 신뢰에는 이미 금이 갔다.
글로벌 경쟁력 차원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품 공급 네트워크를 다시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대량 리콜 사태도 같은 맥락이다. 성장에 치우치면서 품질을 소홀히 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반성 차원에서 출발 선상에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다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요타. 업계에서는 일련의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