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괘씸죄 걸린 석유협회장

입력 2011-04-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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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이 물러난다. 오 회장은 지난 2월 내부적으로 연임이 결정돼 이런 저런 자리에서 축하인사까지 받았지만 박종웅 전 한나라당 위원에게 차기 회장자리를 내주게 됐다. 석유협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석유협회장 연임을 확정하는 정기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22일 열릴 총회에서 연임이 내정된 오 회장은 하루 앞선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기름값 인하 요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기름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정유업계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괘씸죄가 적용된 듯 하다.

연임 확정을 알리는 보도자료까지 준비된 상황에서 다음날로 예정됐던 총회는 전격 취소됐다. 연임을 결정하는 총회가 열리지 못해 오 회장은 임기 만료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오 회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산업자원부 차관보, 특허청장 등을 지낸 정통관료 출신으로 가스공사 사장도 역임했다. 정부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정책결정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러나게 됐다.

세종대왕은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자를 발굴해 키웠다. 이것이 권력을 제대로 쓰는 기술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쓴소리는 도저히 못견디는 모양이다.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대기업 길들이기에 나서고, 쓴소리 하는 관료를 내치니 주변에는 온 통 듣기 좋은 말 만하는 사람들로만 넘쳐난다. 이래서는 소통을 기대하기 어렵다. 친기업, 비즈니스 프렌들라는 발언은 무색해 진지 오래다.

지난 26일 이석채 KT 회장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통신비를 내리라는 것은 (정부가)경제발전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는 이석채 회장 마저 물러나게 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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