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먹통 농협 사업구조 개편 차질 현실화, IT운영 재수립 불가피

25일 농협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추진했던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정보기술(IT) 운영전략 수립’컨설팅 업체 선정 사업이 전면 보류됐다. IT운영전략 수립은 사업구조 개편을 준비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었다. 당초 22일까지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할 예정이었다.
이번 사업이 보류된 이유는 지난 12일 발생한 전산사고로 기존 사업전략을 재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영전략 수립은‘중앙회-금융지주 IT시스템 분리계획 수립’, ‘IT조직 최적 운영방안 수립 및 경쟁력 강화’등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하지만 허술한 전산망 관리가 드러난 만큼 보안 강화가 급선무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농협은 IT운영전략 수립에서 ‘보안 강화 계획 수립’을 최우선으로 사업 계획을 바꿀 방침이다.
컨설팅 사업 성격이 변한 만큼 사업자도 재모집해야 한다. 농협은 여러 업체를 묶는 컨소시엄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컨설팅 사업자 선정 지연은 내년 3월을 시한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 사업에서는 컨설팅 기간을 3개월로 잡았다. 보안 강화 과제가 추가된 만큼 컨설팅 기간은 늘어날 전망이다.
IT사업구조 개편을 담당할 수장이 공석인 점도 진행 속도를 더디게 할 것으로 보인다. IT관련 모든 사업을 총괄하던 이재관 농협 전무 이사는 지난 22일 전산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 전무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 “기본적인 로드맵(큰그림)은 모두 마련했다”며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림 자체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 농협의 IT본부분사는 여전히 전산망 복구에 매진하고 있다. 전산사고로 유실된 카드 거래 기록을 찾기 위해 대부분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구조개편기획부’가 따로 마련돼 있지만 부서간 소통이 원활치 못한 상황이다.
컨설팅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 자회사 농협정보시스템도 새로운 사업에 쏟을 여력이 없다. 농협정보시스템은 카드 부문의 보안 및 시스템관리를 모두 맡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점을 모두 고려할 때 한달 이상 사업자 선정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다시 진행하려고 하지만 정확한 시기는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