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ㆍ집값 폭등에 불만 고조
중국판 ‘재스민혁명’이 홍콩에서 시작될까.
홍콩에서는 지난 주말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정부의 예산안에 항의하는 시위가 4건 열리는 등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과 다르게 홍콩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평화적인 시위는 일상적인 일이나 최근에는 시위가 자주 발생하고 일부 시위는 격렬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이전과 다르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6일 정부 예산안에 반대한 시위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100여명이 넘게 연행됐고 8살 먹은 어린이가 경찰의 최루가스에 다치기도 했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의 올해 예산안이 서민에 대한 배려가 빠졌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홍콩 의회 의원을 역임했던 크리스티네 로 시빅 익스체인지 대표는 “홍콩 정부는 지금 시민들로부터 존중 받고 있지 않다”면서 “홍콩 시민들은 정부 중 누구도 자기들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외형적 모습은 좋은 편이다.
홍콩은 올해 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홍콩의 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5600달러(약 4950만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11위고 실업률도 4% 미만으로 낮다.
홍콩 정부는 최근 시민들의 불만이 급증하자 18세 이상 성인 모두에게 1인당 6000홍콩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재정도 풍족한 편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치솟는 집값과 물가로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빈부격차 수준도 세계 도시들 중 최고 수준이다.
홍콩 시민의 거의 절반이 공공주택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집값은 전년의 30% 상승에 이어 24% 올라 내 집 장만이 더욱 어려워졌다.
홍콩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율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홍콩 행정수반인 도널드 창 행정장관은 지난달 야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주먹질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이들은 도널드 창 장관을 둘러싸고 "네가 쌀값을 아느냐"라고 외치며 물가에 항의하는 의미로 주먹밥을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