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으로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호기와 5호기의 전력 복원작업이 완료돼 원자로 건물 수전(受電)설비에 전력이 잇달아 공급됐다.
하지만 사용후 연료 저장조를 식히기 위해 물을 집중적으로 투입한 3호기의 격납용기 내 압력이 상승해 다시 방사성 물질 대량 방출 우려가 커지는 등 근본적인 개선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20일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지난 주말 계속된 1, 2호기의 전력 복구 작업을 통해 이날 오후 3시46분께 2호기 외부의 파워센터(한국에선 '스위치 야드') 충전을 끝내는 등 원자로 수전설비까지 전력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원 복구로 원자로 건물 내부의 전기시스템이 정상화하면 각종 냉각펌프를 가동해 원자로 내 압력용기와 사용 후 연료 저장조를 냉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방사성 물질 유출과 노심(爐心) 용해 등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앞서 6호기의 비상용 발전기를 이용해 19일 5, 6호기의 원자로 냉각기능을 정상화한 데 이어 5호기는 원자로 수전 설비까지 전력을 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2호기와 5호기의 전력이 복원된 만큼 앞으로 1, 6호기도 전력 복원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3, 4호기는 원자로 주변의 방사선량 수치가 높아 아직 전력은 복원하지 못했고,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도쿄소방청은 19일 오후 2시께부터 시작된 연속 살수 작업을 통해 20일 오전 0시30분까지 약 10시간 동안 3호기에 1500∼2000t 정도의 바닷물을 퍼부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보안원은 20일 오후 3호기의 격납용기 내 압력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기를 배출하는 작업을 검토했다가 압력이 더 이상 올라가지않자 이를 유보했다.
격납용기내 압력이 계속 상승할 경우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기체 배출이 불가피하며 이 경우 방사성 물질의 대량 비산이 우려된다.
3호기 격납용기 내부의 압력 상승은 19일 내부 온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된 뒤 섭씨 300도를 넘는 고온으로 측정되자 바닷물 투입량을 늘린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위대는 20일 오전 4호기에 대해서도 사용후 연료 저장조를 냉각하기 위해 한 시간동안 80t의 바닷물을 퍼부었다. 4호기에 대한 물 투입은 이날이 처음이다. 2호기에 대해서도 외부 전원과는 별도의 가설 전원(소방차 펌프)을 이용해 사용후 연료 저장조에 바닷물 40t을 뿌렸다.
자위대 헬리콥터가 20일 상공에서 원자로 표면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3호기의 원자로 격납용기 위쪽이 섭씨 128도였고, 사용후 연료 저장조 위쪽은 1∼6호기 모두 100도 미만이었다. 5호기의 사용후 연료 저장조의 온도는 섭씨 48도로 20도 정도 떨어져 안정상태를 유지했고, 5, 6호기의 원자로는 완전히 정지했다.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은 "노심 위쪽의 온도는 예상한 범위 안"이라며 "(사용후 연료 저장조의 온도도) 국민 여러분이 안심해도 좋은 숫자"라고 말했다.
원전 부지 내부의 방사선량도 낮아졌다. 2호기 북서쪽 0.5km 지점에 있는 사무 본관 주변의 방사선량은 19일 오후 2시 현재 시간당 3천443 마이크로 시버트에서 20일 오후 7시 2천623 마이크로 시버트로 떨어졌다.
한편 일련의 작업으로 방사선 노출량이 긴급시 상한선인 100밀리시버트를 넘은 도쿄전력 사원은 1명이 늘어 합계 7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