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HDD 매각…선택과집중의 진실은

입력 2011-03-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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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형 사업에서 손떼고 사회 인프라 분야로 전향...왜

일본의 히타치제작소가 하드디스크 구동장치(HDD) 사업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에 매각하기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계획했던만큼 갑작스럽게 매각을 결정하고 사회 인프라에 집중한다는 히타치의 결정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히타치 사장은 “아슬아슬하게 최종 결단을 내렸다”면서 “매각으로 얻는 현금 35억달러를 사회 이노베이션 사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히타치에게 HDD 사업은 미운오리새끼 같은 존재였다. 2003년 미국 IBM에서 인수했지만 5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히타치를 부진의 늪으로 끌어들인 원흉이었기 때문.

2007년말에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에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2005년부터 4년간 HDD 부문을 이끌어온 나카니시 사장의 노력에 힘입어 2007년도부터는 흑자로 전환, 2010년도에도 572억엔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히타치 HDD 사업의 ‘V자’ 회복 신화를 일군 나카니시 사장은 “HDD 사업은 히타치에 그다지 자신있는 분야는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HDD 분야는 시세 변동이 심한 가운데 거액의 설비투자가 꾸준히 요구되는 부담이 큰 사업이다. 기술의 진화가 빨라 신속한 의사결정이 성공을 좌우하지만 한번 늪에 빠진 히타치가 계속 이끌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반도체ㆍLCDㆍ플라즈마 패널에 이어 HDD 사업에서도 손을 떼면서 히타치는 시세 변동이 심한 설비투자형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모습이다.

대신 히타치는 전력 정보시스템 등 사회 인프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회 인프라 사업은 비교적 사업완료까지의 기간이 길고 설비투자 액수도 한정적이어서 히타치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나카니시 사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선택과 집중을 신속하게 결정해 실행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며 선택과 집중에 한층 더 속도를 낼 뜻을 나타냈다.

다만 앞으로도 히타치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히타치는 리튬배터리에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요 시장인 자동차 분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내세운 이노베이션과 무관한 사업이 그룹 내에 무수히 존재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히타치캐피털과 히타치물류 등과 같은 상장 자회사들을 어떤 식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기에 히타치의 선택과 집중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히타치는 이미 사회 이노베이션 사업에 발을 담궜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서 하수도 정화 시스템을 납품하는 등 현지에서 상하수도 건설 운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일본 경제산업성은 중국이 세계 물 비즈니스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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