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받아라" VS. 아일랜드 "못받겠다"
재정 적자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린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있어 유로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일랜드는 최근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독일 채권과의 수익률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지는 등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지난 5월 그리스에 이어 EU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 정부는 15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동료들과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유로안정기금(EFSF) 800억유로 지원을 신청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내년 중반까지 채권 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과 EU는 아일랜드 정부에 구제금융을 받도록 설득하는 분위기다.
포르투갈의 페르난도 산토스 재무장관은 이날 AFP와의 인터뷰에서 "자국의 이익뿐 아니라 유로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아일랜드 정부가 아일랜드와 유로존 모두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도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 보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수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아일랜드에 대한 구제금융이 지연될 경우 자칫 그리스처럼 전체 유로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아일랜드의 채권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들의 채권 수익률도 동반 상승하면서 유로존 전체가 위기감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아일랜드 정부가 정부 차원의 구제금융보다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아일랜드 입장에서는 EU에 종속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경제 정책 등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놓고 EU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주요 은행들은 2008년 말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붕괴해 정부의 구제금융이 투입돼 국유화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