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보다는 외환보유고 증가에 주력해야
중국에 이은 '제2의 용' 베트남에 외환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발전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온 베트남이 외환보유고 감소로 성장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베트남의 외환보유고가 계속 줄어들 경우 정부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해 성장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은 지난 2008년 거시 경제의 불안을 배경으로 외환보유고가 급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벌어졌던 상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다.
외환위기라 불릴 정도의 통화 가치 급락은 면했으나 베트남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경기 회복과 함께 상황이 변해 2010년부터는 원자력 발전소와 고속철도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과 함께 베트남은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외환보유고는 작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대규모 차입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미즈호는 베트남의 외환보유고가 이대로 계속 감소할 경우 베트남 정부의 채무 상환 능력에 의구심이 생겨 해외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즈호에 따르면 베트남의 외환보유고와 재화ㆍ서비스 수입은 건전성을 나타내는 기준인 3개월분을 크게 밑돌고 있다. 작년 12월 현재 외환보유고는 2.73개월분에서 올해 3월 현재는 2.24개월분으로 한층 더 줄었다.
문제는 국제 금융 정세가 혼란스러워져 자본 유출이 확대됐을 경우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베트남 통화인 동화 가치가 급락할 우려마저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금융 정세가 혼란스러워져 수출 환경 악화와 자본 유출이 동시에 일어나면 실물경제가 크게 악화해 ‘외환위기’ 사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외환보유고가 감소한 시기는 구체적으로 2008년 2분기와 2009년부터다. 이 시기 경상수지는 대폭 적자로, 그것이 동화 매도 압력과 외환보유고 감소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역수지는 올해 3분기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 적자. 무역적자가 최근까지 외환보유고 감소에 큰 압력을 넣어온 셈이다.
한편 경상수지와 대조적으로 자본수지는 2008년부터 계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대내 직접투자와 ODA(공적개발원조)에 따른 대외 공적자금 차입 등 장기자금이 순조롭게 유입된 것이 배경이다.
다만 2008년 2분기의 경우 자본수지 자체는 흑자였지만 대외 현금 예금 투자는 25억1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것이 대규모 외환보유고 감소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베트남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높은 수준의 경상흑자와 자본 도피에 의해서도 발생됐다는 분석이다.
미즈호는 베트남이 외환보유고를 늘리려면 긴축정책을 통한 경상수지 개선과 자본 도피를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베트남 정부가 긴축정책에 신중한 입장이어서 외환보유고를 건전한 수준으로 회복시키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미즈호는 전망했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 압력과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에서의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베트남에 대한 강점을 살리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조기에 외환보유고를 늘려 경제 불안의 싹을 잘라야 할 것이라고 미즈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