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18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한은이 물가 안정과 가계의 빚 문제를 외면하고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내놓고 잇따라 금리동결을 결정함에 따라 금융시장에 혼란과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만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주요국 간의 '환율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연 2.25%로 묶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이날 "저금리정책 기조속에 물가 불안만 심화됐다"며 "저금리 기조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더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현 금리는 금융위기가 다시 오면 통화신용정책 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기준금리를 조속히 국제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유효한 통화신용정책 수단으로 제 역할을 할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같은당 이혜훈 의원 역시 "한은은 최근 소비자물가와 수입물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자극받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기를 포기하고 환율 방어에 매달리는 바람에 서민들만 물가 상승의 희생양이 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 총재가 여러 공식석상에서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정상화를 시사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 시장에 충격을 주고 스스로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도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며 "최근 통화당국이 원화 절상 기조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에 지나치게 안주해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촉구했다.
여기에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서민을 외면한 한은의 직무유기로, 국민에게 물가 고통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면서 환율 방어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과 관련,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발권국인 미국의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 조치에 따른 것으로, 달러가 세계 곳곳에서 넘쳐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외국자금의 유입 추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도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하반기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는데 한은의 통화정책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환율을 이유로 물가 관리를 포기한 것은 수출 대기업 등 가진 자를 위한 정책 결정"이라고 거들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서 자본시장의 완전 개방, 환율 안정성, 독자적인 통화정책 등 세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는 희생될 수밖에 없는 `트릴레마'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금융완화 기조 하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행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중수 총재는 여야의원들의 질타에 대해 "첫번째가 물가안정이지만 플러스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인플레 압력이 있어 3%를 넘지 않는 정책을 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원을 가지고 수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대외사정을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은 외부의 요구 등이 없이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여야 의원들은 금융통화위원 한 자리가 6개월 가까이 비어 있는 바람에 금통위원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통화정책의 중립적 수립이 훼손되는 등 금통위가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