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트렌드] ② 자만이 ‘기업몰락’ 부른다

입력 2010-10-04 11:03수정 2010-10-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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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경영이 뜬다

제네럴모터스(GM)와 소니 및 코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기업은 한때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기업성공사례의 대표적인 예로 칭송받다 시대 환경의 변화를 따라 못하거나 내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몰락한 기업들이다.

기업의 평균수명은 30년이라는 것이 통설이나 현재의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기업의 평균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리처드 포스터는 그의 저서 ‘창조적 파괴’에서 “1957년 S&P500 기업 중 74개 기업만이 40년 후에도 S&P500 지수에 남았고 그 중 불과 12개 기업만이 S&P500 기업 평균보다 우월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유럽 컨설팅업체인 스트라틱컨설팅은 유럽과 일본의 세계적 기업 평균수명이 단 13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신용평가사 S&P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수명은 15년 정도밖에 안 된다.

100년 넘게 장수하는 초우량기업들도 험난한 사업환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들 기업의 몰락과정을 보면 기업의 진정한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M은 전성기 때 미국 시장 점유율이 57%에 달하고 지난 2007년까지 무려 77년간 세계 자동차업체 1위 자리를 지켰다.

▲GM 1999~2009년 시장점유율 & 주가 추이 (블룸버그통신)

그러나 GM은 방만한 경영과 소형차 개발을 등한시 하는 등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안이한 태도로 2008년에 세계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빼앗기고 지난해 파산하는 등 몰락의 길을 걸었다.

세계 필름업체의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던 코닥은 디지털로의 전환이라는 시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기존의 성공에만 집착하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주도권을 다른 기업에 빼앗기고 말았다.

코닥은 지난해 70억달러(약 8조1550억원)의 매출에 2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74년 역사를 지닌 간판 브랜드 ‘코다크롬’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코닥의 간판브랜드였던 ‘코다크롬’

사실 코닥은 1975년 디지털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다른 경쟁사들이 디지털 시대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투자를 집중할 때 자사의 안정적 매출을 가져다 주는 필름에 집착하면서 결국 뼈 아픈 실패를 겪게 된다.

‘워크맨’으로 오늘날의 아이폰과 맞먹는 성공을 거두고 아날로그 TV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던 소니는 지난 1989년 콜롬비아 영화사와 CBS레코드를 인수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소니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존 아날로그TV의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 TV 개발을 소홀히 한 결과 지난 2006년 TV시장 1위 지위를 삼성에 내줬고 트랜지스터 라디오 및 워크맨 등 소니의 특징이었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해 위기를 맞이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가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코닥과 소니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새로운 시대 흐름에 뒤쳐진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노키아의 올해 전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전년의 36.8%에서 34.2%로 떨어졌고 주가는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이후 3분의 1 토막으로 급락했다.

▲노키아 2006~2010년 주가 추이 (블룸버그통신)

급기야 노키아는 145년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경영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븐 엘룹 사업부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어 노키아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했던 안시 반요키 모바일솔루션 사업부장이 물러났고 노키아를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요르마 오릴라 이사회 의장은 오는 2012년 퇴임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대적 혁신 작업에 들어갔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및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 경영 베스트셀러 저자인 짐 콜린스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등 역사가 깊은 기업들이 몰락하는 것을 보고 기업 몰락의 과정을 분석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저서를 내놓았다.

짐 콜린스에 따르면 기업몰락의 1단계는 성공에 따라 자만심이 커지는 것이고 2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부려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하는 것, 3단계는 위험과 위기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4단계는 외부의 구원을 찾아 헤매는 것, 마지막 5단계는 기업 존재가치 소멸이다.

품질의 대명사였던 도요타가 올해 초 대규모 리콜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것도 짐 콜린스의 기업몰락 단계에 의하면 성공에 따라 자만심이 커진 1단계에 속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도요타의 리콜사태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원가절감을 추구하고 글로벌 해외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해외공장의 품질관리 능력이 일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장점으로 꼽혔던 원가절감 능력이 족쇄가 된 것이다.

기업 권력승계의 실패도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핵심적 위기 요소 중 하나다.

짐 콜린스는 로마 제국의 몰락 원인 중 하나로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효과적인 권력 이양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것을 들면서 “몰락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분열되거나 제대로 된 CEO를 선출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리먼브라더스가 몰락하던 당시 부사장이었던 로렌스 맥도날드는 ‘상식의 실패’라는 저서를 통해 “CEO였던 리처드 풀드가 독단적인 운영으로 리먼을 파산으로 몰고 갔다”면서 “리먼이 파산한 후에도 그는 거액의 보너스를 챙겼다”고 리처드 풀드를 비판했다.

▲토니 헤이워드 BP 전 CEO(블룸버그통신)

영국 정유업체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는 사상 최대의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사고 수습과정 중에도 휴가를 내 요트경기를 관전하는 등 적절치 못한 태도를 보이더니 사임이 결정된 이후에는 무려 총 1084만파운드의 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BP에 대한 비판을 더욱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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