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애그플레이션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형 M&A를 비롯해 주요국을 중심으로 농업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3회에 걸쳐 글로벌 농업시장을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애그플레이션 시대, 농업이 생명이다
② 글로벌 농장 M&A 시대 열리나
③ 식품가 고공행진 어디까지?
1960년대 녹색혁명과 함께 사라졌던 식량안보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불황 속 기상이변과 세계화, 인구 증가 등을 배경으로 곡물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 이로 인해 일반 물가까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 시대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캐나다 비료업체 포타쉬코프를 둘러싼 인수전은 애그플레이션에 따른 식량안보 전쟁을 시험하는 리트머스지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분석했다.
포타쉬가 매물로 나오자 영국 호주계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이 가장 먼저 인수자로 나선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중국의 국영 화학업체인 시노켐,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사모펀드인 호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연합까지 가세했다.
세계 2위 광물 수입국인 인도를 비롯해 주요 농산물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 등 비료와 관련된 해외 기업들은 포타쉬의 매각 과정을 관망할 뿐이다.
그러나 포타쉬 인수전에 뒤늦게 뛰어든 중국은 급증하는 인구로 인해 현재 필요량을 자급자족하기에 빠듯한 상황. 포타쉬의 매각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20%가 집중됐고 경작지도 전세계의 7%를 차지, 엄청난 양의 비료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사용량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내에서는 포타쉬가 BHP빌리턴의 손에 넘어갈 경우의 파장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중국의 농업기반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급격한 성장세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경제보는 최근 “BHP가 포타쉬를 인수할 경우 중국의 농업 끝장나나”라는 내용의 기사로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세계는 제2의 녹색혁명을 필요로 하고 있다.
매물로 나오기 전까지 이름도 생소했던 포타쉬 인수전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6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개발도상국들은 심각한 식량문제에 부딪쳤고 이것이 경제 발전과 공업화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같은 면적에서 재래종의 배 이상을 수확할 수 있는 쌀과 밀의 신품종이 필리핀과 멕시코에서 개발, 이것이 보급되면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는 농업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다줬다.
당시 녹색혁명 과정에서 최대 수혜주는 포타쉬 같은 비료업체들이었다.
그러나 녹색혁명의 효과가 힘을 잃게 되면서 비료업계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1989년 민영화 당시 포타쉬는 기업공개(IPO)로 2억3100만달러를 조달하는데 그쳤다. 상장가는 주당 18달러였으나 거래 첫날 주가는 17.75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비료업체인 모자이크의 짐 프로코판코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투자자들은 포타쉬 같은 농산물 관련 업체에는 관심이 적었다”며 “그 때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부상하기 전이었던 데다 러시아도 소련의 일부여서 중요성을 알지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또다시 달라졌다.
포타쉬는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업계 최대 상장사로 컸고 월스트리트 M&A 은행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포타쉬의 현재 시가총액은 610억달러로 2008년 같은 시기보다 2배 이상 뛰었다.
FT는 이 같은 현상은 경제적ㆍ인구증가 같은 장기적 요인과 기상이변ㆍ유가 급등같은 단기적 요인에 의해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질소비료 생산업체인 노르웨이 야라의 하르가이르 스토르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농업 문제는 현재 글로벌 최대 어젠다로 부상했을 정도”라면서 “식품안보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뜨거운 논쟁거리”라고 지적했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식량 수요가 오는 2050년까지 현재보다 70%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세계 인구는 30억명에서 9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이 비료 수요를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FT는 이로 인해 각국은 식량안보 전략 차원에서 자원사냥에 나설 수 밖에 없으며 포타쉬 인수전은 세계 식량위기를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