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車랑나랑] 자동차의 플랫폼 공유

입력 2010-06-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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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의 최대과제는 비용 절감입니다. 더 저럼하게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는 것이 최대 목표인데요. 때문에 데뷔한지 4~5년이 지나면 치열하게 원가 절감에 돌입하고는 합니다.

이런 비용 절감에는 차를 처음 개발할 때 들이는 개발비도 포함이 됩니다. 초기 개발비가 막대하게 투자되면 이를 뽑아내기 위해 더욱 안간힘을 쓰는 것이지요. 때문에 이 개발비가 적게 들어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차를 싼값에 살수 있게 됩니다.

이런 개발비 절감의 대표적인 예로 플랫폼 공유를 들 수 있습니다. 플랫폼 공유는 같은 뼈대를 바탕으로 다양한 차를 만드는 것인데요. 한 대의 개발비로 여러 대의 차를 만들 수 있어 최근 자주 쓰이는 신차 전략입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첫 번째 플랫폼 공유모델은 2000년대 초 기아차 옵티마입니다. 현대차 EF쏘나타를 베이스로 개발한 기아 중형차인데요. 이를 시작으로 아반떼와 포르테, 투싼과 스포티지, 싼타페와 쏘렌토R 등이 서로 플랫폼을 공유해 왔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사이즈를 비롯해 엔진과 트랜스미션, 서스펜션의 큰 틀이 동일합니다. 주행감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매니아 입장에서보면 그저그런 특색없는 차들로 보일 뿐이어서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런 플랫폼 공유가 최근 대세가 됐습니다. 이제는 같은 플랫폼을 써도 모양새가 전혀 다른 차들이 등장하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완성차 메이커의 '화장술'이 늘었다는 방증이겠지요.

먼저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플랫폼 공유는 오래전 부터 해 왔습니다. 계열사인 세이트와 슈코다,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등이 몇 안 되는 새차 플랫폼을 나눠갖고 있지요. 폭스바겐 A플랫폼을 바탕으로 골프와 제타 등을 만들었고 아우디는 이를 바탕으로 A3와 TT 등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은 부품 공유의 달인입니다. 일부 스포츠카와 초고급차를 제외하면 시트 기본 구조가 똑같습니다. 아우디 A4와 A6 시트는 구분이 안 갈 정도니까요.

이밖에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BMW 뉴 7시리즈 플랫폼과 동일합니다. 기술력과 상품성이 부족한 포드는 한때 볼보를 계열사로 거느릴 때 볼보 플랫폼을 미친듯이 가져다 썼습니다. 물론 같은 플랫폼으로 차를 개발했으되 상품성은 볼보보다 크게 뒤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인피니티는 G부터 최근 등장한 M 그리고 EX와 FX 등이 모조리 같은 플랫폼입니다. 이른바 FM플랫폼이라 불리는 '프론트 미드십'플랫폼입니다. 엔진을 최대한 승객석으로 잡아당긴 후륜구동 뼈대인데요. 경영난에 허덕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같은 플랫폼으로 여러 대의 차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또한 최근 등장한 포르쉐 카이엔과 폭스바겐 투아렉 역시 공동개발로 태어났습니다. 수억 원대의 고급차 벤틀리는 폭스바겐 고급차 페이톤과 같은 플랫폼입니다. 공장도 같은 곳이고 생산라인 앞뒤로 벤틀리와 페이톤이 줄지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벤틀리 가격이 2배 정도 비싸답니다.

국산차로 눈을 돌려볼까요?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는 GM이 신나게 자랑하는 전기차 '볼트'와 같은 델타 플랫폼을 씁니다. GM 계열사인 오펠 아스트라 역시 뼈대가 같은 차이지요.

거슬러 올라가면 1985년 등장한 대우 르망 역시 오펠의 카테트를 베이스로 제작한 차입니다. 당시 GM이 활용한 T플랫폼은 GM산하의 20여 개 모델이 모조리 가져다쓴 플랫폼이지요. 1980년대 국내 소형차 가운데 고속도로에서 르망을 따라잡을 차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르망은 고속주행이 강했는데요. 이 역시 유럽 고속도로에서 길들여진 카데트(T플랫폼)의 힘을 빌린 덕입니다.

미국 빅3 가운데 하나인 GM은 계열사가 많고 모델이 다양한 만큼 플랫폼도 참 많습니다. 델타(라세티)와 감마, 시그마, 오메가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데요.

잘 알려진 것처럼 곧 등장할 준대형차 알페온은 뷰일 라크로스를 베이스로 만들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수입차와 국산차가 같은 플랫폼을 쓰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캐딜락 SRX(사진 위)와 GM대우 윈스톰은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파워트레인이 다르지만 플랫폼이 동일하다. GM의 중형차 플랫폼인 입실론을 베이스로 SUV를 위해 개발한 '세타'플랫폼이다. 그러나 가격은 3배 차이다
GM대우 윈스톰은 오펠 안타라, 새턴 뷰 등과 같은 뼈대를 지녔습니다. 밑그림은 GM의 중형차 플랫폼인 입실론을 사륜구동에 맞게 변형한 '세타 플랫폼'입니다. 안정된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소형 SUV 컨셉트를 잘 소화해낸 플랫폼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차 잘 파는 GM이 이를 그냥 둘리가 없었겠지요. 냉큼 캐딜락 브랜드에게 이 세타 플랫폼을 건네 컴팩트 SUV인 SRX를 내놓았습니다.

SRX와 윈스톰은 같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해 대부분의 부품과 기술을 서로 공유합니다.

물론 플랫폼을 공유했다고 엔진과 트랜스미션까지 동일하진 않습니다. 캐딜락 SRX는 직분사 방식의 V6 3.0 엔진을 얹었고 GM대우 윈스톰은 직렬 4기통 VCDi 디젤 엔진을 얹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참 재미있습니다. 플랫폼을 공유한 캐딜락 SRX는 7250만 원, GM대우 윈스톰은 LT 2490만 원입니다. 이제 차를 살때 가격못지 않게 플랫폼이 어떤 차를 베이스로 했는지도 따져봐야할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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