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發 美 당국 對 월가 공방.. 관전포인트 3가지

입력 2010-04-22 08:50수정 2010-04-22 08:56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대립 구도 선명...금융규제 확대 불가피할 듯

골드만삭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월스트리트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SEC는 다른 금융기관으로도 조사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SEC의 주장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양측의 칼끝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가운데 미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금융규제의 필요성을 연이어 강조하고 나서 골드만삭스의 기소를 단초로 한 미 정계의 속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벤 버냉키 Fed 의장, 메리 샤피로 SEC 위원장=블룸버그

골드만삭스를 매섭게 몰아 부치고 있는 SEC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권한을 강화하려는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평이다.

SEC는 ‘시장을 지키는 자’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2008년 발각된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 회장이 저지른 거액의 사기사건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왔다.

‘종이 호랑이’라는 빈축을 사온 SEC는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비장의 카드로 로버트 쿠자미를 조사국장에 영입했다.

연방검사 출신인 쿠자미 국장은 이번 골드만삭스의 기소를 주도한 인물로 도이체방크 미국 법인의 법률자문을 지내 실무에도 능통한 만큼 SEC가 그에게 기대하는 점은 남다르다.

샤피로 SEC 의장은 “내가 한 인사 중 쿠자미 발탁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가 깊다.

일각에서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비아냥거림도 있지만 SEC는 한 해 동안 70만 건에 달하는 내부 고발 등을 바탕으로 골드만삭스의 부정 행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골드만삭스가 금융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공세의 상징적 목표물이 됐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금융규제에 관한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은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관련한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금융시스템의 전반적 점검과 함께 규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이트너 장관은 "금융감독시스템이 대형 금융사가 파산상태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대형 금융사의 파산으로 인한 피해를 조절하면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훌륭하게 구축된 규제 및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감독당국에 대형 금융사를 작은 회사들로 분리 및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건설적인 방안”이라며 "부실 금융사를 안전하게 정리하는 메커니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2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개혁’에 대해 연설하며 금융권에 대한 고삐를 단단히 죄고 나섰다.

그러나 이번 골드만삭스의 기소를 계기로 한 당국의 금융권 길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 기소를 결정하는 SEC 위원 투표에서 5명의 위원 가운데 공화당계 위원 2명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기능을 중시하는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와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공화당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닥터둠’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는 2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골드만삭스를 겨냥한 것에는 정치적 동기가 부여돼 있다"며 "골드만삭스에 상처를 입히기보다는 대중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 당국과 월스트리트 사이 갈등의 불씨도 변수다. 바로 2008년 가을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회계조작 문제다.

SEC는 현재 19개 대형 금융사들을 상대로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SEC가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Repo 105'라고 알려진 분식회계 수법으로 이는 2008년 9월 리먼이 파산할 당시 500억달러의 부채를 축소.은폐하는데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피로 위원장은 회계연도 말에 일시적으로 채무 수준을 낮춰 리스크를 은폐할 수 없게 하는 새로운 법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주전 18개 대형은행이 지난 5개 분기 연속 채무를 정점 대비 평균 42% 줄였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08년 파산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역시 채무 수준을 낮추기 위해 무리하게 차입하면서 파산에 이르러 금융위기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리처드 풀드 전 리먼 최고경영자(CEO)는 20일 리먼 파산의 원인과 전개과정을 조사하는 하원 금융위원회의 청문회에 참석해 "이른바 `Repo 105' 회계분식과 관련된 서류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면서 "당시 거래를 검토해 보더라도 리먼은 회계기준을 충실히 따랐다”고 주장했다.

WSJ는 풀드 CEO가 SEC와 Fed가 모두 리먼의 경영난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를 알고 있던 당국의 감독이 불충분했는지 그렇지 않으면 금융기관이 일부러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는지 여부를 둘러싼 정계와 월스트리트의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