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종교학을 연구해온 김나미 씨가 돌연 동물 보호 활동가로 전향한 이유다. 2012년 태국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장애견 '보디'와의 인연을 계기로 삶의 궤도를 바꾼 것.
최근 책 '개에게 배운다'를 출간한 김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디는 선천적으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아이다. 사람을 무서워해서 입양 신청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게 해 주고, 낮게 이름을 속삭이고, 옆에서 낮잠도 자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날부터 내게 다가왔다. 내가 손수 만든 휠체어를 타고 마당을 걸었던 순간이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보호소에서 보디와 함께한 1년은 학문에서 찾지 못한 진리를 배우는 전환점이 됐다. 이 같은 전환점을 발판으로 그는 동물 보호 단체 세이브코리언독스를 설립하고 김포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의 기록을 담은 책 '개에게 배운다'는 김 씨의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실천적 증언인 셈이다.
다소 직관적인 책 제목에 관해 김 씨는 "가진 게 없는 개들처럼 나도 미니멀리스트로 살려고 노력한다. 해도 해도 어쩐지 실천할 수 없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법은 여전히 개들을 보며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씨는 이 책을 통해 인내, 기쁨, 겸허, 무소유의 행복처럼 개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삶의 태도'를 강조한다. 그는 "개들은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하게 산다"며 "또한 주인이 잘났든 못났든 동일한 사랑을 베푼다. 소유에 대한 집착도 없다. 여러 현자와 종교가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를 그 자체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가르침 덕분에 그는 보호소의 개들을 '스승'이라 부른다. 수많은 개로부터 배우는 삶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다. "먹히기 위해 태어났다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한 가장 낮은 자리의 개라고 할지라도, 아플 때 고통을 인내하고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면 그 또한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깨닫게 됩니다."

김 씨는 개식용과 관련한 문제에 관해서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보면 각 문화의 고유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라면서도 "노예제도 역시 과거에는 문화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지탄받고 있듯이 문화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개식용의 경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학대의 문제가 심각하고, 이는 어떤 문화적 관점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개식용 금지법 시행을 앞둔 지금, 그는 제도의 변화만큼 중요한 것이 인식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한국도 지자체마다 유기동물 보호소를 늘려서 개농장과 거리에서 구조된 개들을 정부 차원에서 보살필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농장을 급습해 폐업을 시켜도 다시 암암리에 개를 키워서 파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라며 "개농장이나 경매장, 보신탕 가게 주인들에게 업종 전환에 대한 보상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이런 일을 예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김 씨는 양평에서 노견 호스피스 봉사와 개인 동물 보호 활동가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책 인세도 사료 구매에 쓰겠다는 그는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저 하루하루 개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 내겐 가장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