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농민 등 1인 자영업자도 소상공인
대응 이원화해야 실용적 대책 나와

곧 다가올 조기 대선에 출마한 각 정당의 후보들은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약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후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채무를 조정하고 탕감하며 정책자금을 확대하는 ‘금융지원’과 소비를 진작하고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영업지원’의 두 가지에 중점을 둔다. 이런 대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하나로 묶어 ‘경제적 약자’로 간주하고 정부가 예산 지원을 통해 도와주는 전형적인 복지성 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통상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동의어처럼 사용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경제의 근간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주체로서 유사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 둘의 정의와 기준은 명확히 다르다. 소상공인은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반면, 자영업자는 ‘고용 형태’에 따라 분류한다. 소상공인은 상시근로자가 일정 수(제조업·운수업·광업·건설업 10인, 유통·서비스업 5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체를 지칭한다.
기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은 2022년 기준으로 765.7만개에 달해 전체 기업의 95.1%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비중이 99%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절대다수가 소상공인인 셈이다.
자영업자는 자기 자신을 고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Self-Employed Business)를 의미한다. 고용 형태로는 사업주인 동시에 근로자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정해진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임금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2024년 12월 말 기준으로 557.4만명으로 전체 근로자(2804.1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에 이른다.
이와 같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기준과 통계가 다른데 이 둘을 혼용하며 혼동이 발생한다. 소상공인 현황과 문제를 논할 때, 자영업자 통계를 사용하면서 숫자와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소상공인이 영세하고 과밀하여 과당경쟁에 시달린다고 주장할 때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통계를 갖다 인용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021년 기준 23.9%로 미국(6.6%), 독일(8.8%), 일본(9.8%)의 2~3배 수준으로 매우 높다. 지난 3~4년 동안 신종코로나 감염병과 내수 부진 장기화로 자영업자가 고전하면서 폐업이 증가하여 그 비율이 4.0% 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자영업자의 과잉 규모를 171만명~220만명으로 추정한다.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같게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두 용어에 모두 사람 ‘人’과 ‘者’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기업형태에서 차이가 난다. 소상공인은 사업체, 자영업자는 사업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범주에는 법인과 개인기업 모두를 포함한다. 외국에서는 소상공인을 ‘微小企業’(Micro-Enterprise)이라 하며 기업체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소상공인이라 명명하여 개인 사업자를 연상하게 한다. 자영업자는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만을 지칭한다. 즉, 개인과 사업체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개인사업자라 하더라도 상시근로자 요건만 충족하면 소상공인으로 분류한다. 소상공인 중에서 개인사업자가 87.9%이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봐도 무난하다.
그런데 문제는 1인 자영업자이다. 자영업자 중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415.7만명(74.5%)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3/4가량은 상시근로자를 고용하지 않는 1인 사업자로 기업이라 부르기 어렵다. 이런 자영업자에는 농·어민, 노점상, 특수고용직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대부분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로 단순한 정책 지원만으로는 회생이 요원하다.
이런 1인 자영업자를 소상공인에 포함하면서 소상공인 대책이 복지 정책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과 1인 자영업자를 묶어 하나로 취급하면 혁신과 성장에 방점을 두는 기업 관점의 정책은 실종된다. 자영업자를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접근하기 때문에 전직·전업의 일자리 정책도 자리 잡을 틈이 없다. 그러니 소상공인 대선 공약에 혁신성장과 구조조정이라는 알맹이는 빠지고 허울 좋은 선심성 퍼주기 대책만 풍성할 따름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소상공인의 범주에서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를 배제해야 한다. 1인 자영업자와 나머지 소상공인을 구분해 이원화해서 접근해야 차별적이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