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협의 끝에 2020년 브렉시트
러ㆍ우 개전 후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영국-EU '경제 및 안보' 협력 강화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영국이 5년 만에 관계 재설정에 합의했다. 경제 분야에서 다시 협력하는 한편, 지정학적 위험에 맞서 안보에서도 힘을 모은다.
19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5년 만에 관계 재설정에 합의했다. 이날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중심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ㆍ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앞서 영국은 2017년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4년여 협상을 통해 2020년 브렉시트를 발효했다. 이후 5년 만에 다시 영국과 EU가 주요 분야 협력을 통해 관계 재설정에 나선 셈이다.
양측의 관계 재설정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필요성이 커졌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후 유럽 전역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한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으로 유럽의 안보와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세계 불안정성의 시기에, 그리고 우리 대륙이 여러 세대 만의 최대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유럽의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며 "강한 EU-영국 관계는 우리의 안보, 번영, 공동의 운명에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EU가 이날 서명한 파트너십은 안보부터 식품ㆍ조업권ㆍ에너지ㆍ이민까지 폭넓은 분야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안보·방위 협정으로 EU가 펼치는 1500억 유로(약 240조 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에 영국이 동참할 길이 열리게 됐다. 이는 추가 협상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경제·무역 측면에선 영국이 조업권을 양보하고 농산물·식품 수출 절차 간소화를 받아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합의로 자국에 2040년까지 90억 파운드(16조7000억 원) 가까운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이제 앞을 바라볼 때다. 낡은 논쟁과 정쟁에서 벗어나 상식과 실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한 페이지를 넘겨 새로운 장을 열고 있기에 엄청난 날"이라며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라 중요하다. 우리는 생각이 비슷하고 가치를 공유한다"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