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미국 떠나는 연구 인재 유치 경쟁⋯“세기급 기회 잡자”

연구비 삭감ㆍ反이민 정책 역풍
박사급 인력 4분의 3이 탈미국 고민
EUㆍ영국 등 예산 배정ㆍ증액
한·중 등 亞 국가들도 해외 인재 확보 나서

▲하버드대 학생들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학 정책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로이터연합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학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강경한 반이민 정책에 미국을 떠나려는 인재들이 급증하자 세계 각국 정부가 100년에 한 번 있을 기회로 보고 유치 경쟁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과학자·학자들이 모이는 중심지다. 지원 예산과 급여가 월등히 많고 실험실과 장비도 훨씬 우수하다. 비전도 더 원대하다.

그러나 올해 집권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과학연구소와 대학에 대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수십억 달러 삭감하고 연구 주제도 제한했다. 또 적대적인 이민 정책으로 외국 출신의 연구자와 유학생들은 내쫓기고 있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는 3월 미국의 박사 과정 및 박사 후 과정 연구자 1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꼴로 트럼프의 정책으로 미국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수많은 국가가 미국에서 유출되는 연구 인재들을 자국으로 유치할 기회로 보고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100년에 한 번 있을 인재 유치 기회”라면서 “호주 정부가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호주과학아카데미(AAS)가 지난달 글로벌 인재 확보 캠페인에 돌입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주 ‘유럽을 연구자들의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자’라는 모토로 과학연구 종합지원 계획에 향후 2년 동안 추가로 5억 유로(약 78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유럽으로 이주한 연구자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연구자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에 1억130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국제 과학자들의 자금 지원·이주를 위해 5000만 파운드(약 926억 원)를 지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애나 모란트 스페인 과학혁신대학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무시되거나 저평가된 과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4500만 유로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100만 달러 패키지 외에 미국 연구자에게 20만 달러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미국에서 학문적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내년에 미국과 기타 국제 연구자들을 위해 1억 크로네(약 134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요한 페르손 스웨덴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9개 대학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미국에서 불만을 품은 인재들을 유치할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의 학자와 과학자들에게: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월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회의를 열었다. 화이진펑 중국 교육부장(장관)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전략적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한 이공계 인력 강화 방침을 밝혔는데 여기에는 적극적인 외국인 연구자 영입이 포함됐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