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은 1등 할지, 3등 할지 모른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확실한 2등이다. ‘1등 할 수 있는 후보’를 기대하겠나, 아니면 ‘확실한 2등 후보’에 투표하겠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13일 오전 대구 경북대학교를 찾아 이같이 외쳤다. 그러면서 “1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포퓰리즘을 견제할 수 있는 이준석에 투자해볼 시점”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전날(12일) 대선 출정식을 한 뒤 이 후보는 대구를 가장 먼저 찾았다. 그는 지난달 9일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에도 첫 공식 일정으로 대구를 택하며 많은 공을 들여왔다. ‘개혁보수’를 표방해온 만큼 ‘보수 심장’인 대구 민심을 잡고 국민의힘 표를 끌어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문수 후보는 이미 2016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에서 김부겸 전 총리에 큰 표 차로 이미 낙선하신 분”이라며 “김 후보가 당시에도 대구의 미래를 이끌기에는 이미 한번 흘러간 물이라는 판단이 대구 유권자에게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9년 가까이 지나서 흘러간 물이 새로운 물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자신이 보수진영의 새로운 후보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 후보의 계엄에 대한 첫 공식 사과도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지난 6개월간 아무 말 없다가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건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며 “정말 계엄에 대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즉각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본인은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당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김 후보가 가진 이중 정체성의 본질”이라며 “이런 상태로 김 후보가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못 박았다.
이 후보는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은 더 이상 안 된다. 이제 한번 바꿔봐라’는 말씀을 하신다”며 “대구에서 이런 인식이 불어나고 있는 건 2021년 대구에서 저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셔서 제가 국민의힘 대표가 돼서 했던 개혁의 시도, 승리의 경험이 마지막이란 인식을 대구 시민들께서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인식으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수업을 마친 듯한 학생들은 삼삼오오 이 후보의 주변으로 몰려 조용히 그의 발언을 경청했다.

이후 이 후보는 경북대 복지관으로 이동해 ‘학식 먹자 이준석’ 행사를 이어갔다. 이 후보가 “학생들끼리 이번 대선 이야기 좀 하나”라고 묻자 한 학생이 “한 번씩 나오는 것 같다. 취직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큰 것 같다. ‘이 나라에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우리가 아이를 어떻게 낳을까’ 이런 것들. 또 얼마나 합리적인가(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이전 대통령은 합리적이지 않은 수준을 넘어 정신 나간 사람이었다”라고 했다. 또 안동이 고향인 한 학생에게 “안동 출신 대통령 후보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해당 학생이 “안동에서는 다 싫어해요”라고 답하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은 자신의 고민을 이 후보에게 털어놨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2년째 운영하는 한 학생은 “고용보험이 가입돼 있으면 연구비를 보조받는다. 사업을 등기하려고 해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정부 지원이 안 된다) 미국에 산업을 탭핑(제안)하려고 해도 안 된다”며 “연구비나 이런 것들의 공정한 집행을 위해 성장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것 되게 중요한 거다. 적어놔야겠다”라면서 바로 휴대폰을 꺼내 메모했다.
3주 남은 선거 기간 이 후보에게 표가 모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말도 나왔다. 대구시 달서구에 사는 신 모 대학생(26세, 남)은 “이번 대선은 가장 엉망인 대선이자 권력이 썩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고 분통해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면 통합을 안 하고 자기 생각만 추진할 것 같다”며 “딱히 호감은 아니다”라고 했다. 컴퓨터공학과 한 대학생은(26세, 남) “국민의힘의 호감도가 많이 떨어져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며 “이준석 후보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할 것 같다. 그래도 국민의힘이 너무 비호감이 돼서 지지층은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