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주에 거세진 ‘셀 USA’…달러 패권마저 위협

세계 기관투자자 ‘탈미국’ 러시
정책 불확실성에 美 주식·달러화 연초 대비 하락
국방비 확대·증시 저평가 맞물려 유럽 투자 봇물
전문가 “장기적 달러 약세 신호”

▲유럽증시 벤치마크 스톡스유럽600지수와 뉴욕증시 S&P500지수 추이. ※작년 11월=100으로 지수화. 파란색=스톡스유럽600. 분홍색=S&P500.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달러 자산을 매각하고 유럽에 투자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이는 연기금과 기타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대한 막대한 익스포저(노출)를 줄이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장기적 움직임의 신호탄일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난달 2일 이후 뉴욕증시는 손실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7% 넘게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3월 한 달간 미국 주식 비중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줄인 반면, 유럽으로의 자산 이동은 1999년 이후 가장 급격했다. 펀드 전문 리서치업체 모닝스타는 미국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는 유럽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서 4월 한 달간 25억 유로(약 3조9400억 원)가 순유출됐다고 집계했다. 이는 2023년 초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자산 초점 유럽 ETF 월간 자금 순유출입. 단위 10억 달러. 파란색=주식/하늘색=채권.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독일 국채와 같은 다른 자산으로 ‘자본 도피’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닝스타의 케네스 라몬트 수석은 “달러 자산에 대한 최근 매도세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누려온 자금 유입 흐름의 장기적 추세를 뒤집는 것”이라고 짚었다. 스위스 픽테트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수석 전략가는 “유럽은 국방비 확대와 같은 경제 성장의 촉매제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시장이 맞물려 가장 타당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베리타스 연금보험, 덴마크 연기금 등이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줄였다. 호주 퇴직연금 운용사 유니슈퍼는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가 정점에 달했다”며 향후 포트폴리오 변경을 시사했다. 덴마크 연기금은 올해 1분기에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으며, 201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유럽 상장 주식을 매수했다. 심지어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등 미국 연기금조차 자산 배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타노스 밤바키디스 BoA 주요 10개국(G10) 외환 전략 책임자와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최근 실물 자산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이 달러를 적극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환 헤지 없이 달러 자산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달러 약세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BoA는 “유럽 투자자들이 환헤지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원할 경우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환위험 헤지가 발생해 달러 약세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존 버틀러 금리 전략가는 “세계 자본의 흐름이 역행한다면 얼마나 멀리,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는 미국에서 다른 시장으로 순자본이 유출되고 미국 달러, 주식 및 채권시장에 구조적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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