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하향 기조…금융당국 압박에 대출금리 '요지부동'

17일 기준금리를 동결(연 2.75%)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 인하 가능성을 크게 열어두면서 시중금리 추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예금금리는 계속 떨어지겠지만 대출금리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금융권은 한은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언급한 만큼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장금리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분위기를 선반영한 것이다. 예금금리도 하락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기본 금리는연 2.15~2.75%로 전월(2.78~3.0%) 보다 0.3~0.6%포인트(p) 가량 떨어졌다. 경기 침체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횟수가 애초 상반기 2회에서 하반기까지 총 3회로 늘어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되면서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질 공산도 크다.
반면 금융 소비자들이 느끼는 대출금리 인하 체감도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려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iM뱅크는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0.3%p 일괄 인상했다. 변동형·혼합형·고정형 상품 모두 대상이다. BNK경남은행도 이날부터 주담대 6개월 변동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p 올렸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시장금리 인하 폭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대출금리는 연 4.38%로, 지난해 12월(4.55%)보다 0.17%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최근 3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연 2.765%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에는 시장금리를 즉각 반영하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때문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월별·분기별 경영목표에 맞춰 가계대출 총량을 제한 관리 중이다. 지난 2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일시 해제 여파가 이달부터 가계대출 통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금융당국의 기조가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지금처럼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의 예대마진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월 5대 은행의 정책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은 1.38%p로 은행연합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발표한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특히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벌어지는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고 있지만 대출금리에는 여전히 정책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 입장에선 대출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생금융 압박 강도가 세지고 있어 예대마진이 커지는 것도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라면서 "경기 침체를 함께 극복해 나가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