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발행실적 큰 KBㆍNH증권 등으로 확대
이복현 원장, '캡티브 영업 관행' 정상화 의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채권 시장 불법 영업 관행 뿌리 뽑기에 나선다.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 주관 실적을 따내기 위해 기업의 발행 물량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약속하는 '캡티브 영업'이 대상이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시장조사 1국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4주간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2~3명 정도의 조사 인력이 증권사에 별도 사무실을 꾸려 상주하면서 조사를 진행한다.
캡티브 영업 관행 검사에 대한 이 원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전 증권사로 검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채권시장 캡티브 영업과 관련된 문제점을 올 상반기 검사 역량을 집중해 채권시장 내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채권형 랩·신탁 검사에 이어 채권시장 혼탁 관행 정상화 시즌 2라고 밝힐 정도로 강력한 검사 의지를 드러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시작일 뿐, 이번 금감원 검사는 증권사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캡티브영업 관행에 대한 이 원장의 의지가 어느 때 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자본시장(DCM) 주관실적이 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최종 타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캡티브 영업은 금융 계열사들이 많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을 들여다보려는 게 주 목적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이번 검사를 통해 회사채 주관 계약부터 수요예측 등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한 뒤 추후 채권 인수 발행 규모가 큰 KB, NH등 대형사 현장 점검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라고 귀띔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부채자본시장(DCM) 인수 실적에 따르면, KB증권이 총 1667건, 52조 3835억 원의 실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이 45조 9663억 원, 한국투자증권이 33조 7512억 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증권(12조 1582억 원)은 7위, 미래에셋증권(비공개)은 13위로 비교적 순위가 낮다.
캡티브 영업은 발행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 증권사가 계열 금융사를 동원해 해당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을 약속하는 행위다. 증권사가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낮은 금리로 참여한 뒤, 발행 직후 유통시장에 더 높은 금리로 되파는 행위가 주요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투자은행(IB) 사업부 쪽에서 채권 인수 딜을 따 온 뒤 다른 영업부서나 계열사에서 들어가는지, 실제로 금리를 낮게 가져가는지,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런 관행이 현행 법 규정이나 시장 질서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최근 중소형 증권사들이 전통 IB 사업을 강화하면서 공격적인 회사채 영업을 펼쳤다. 이 같은 영업 행태가 회사채 시장을 교란한다고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캡티브 영업이 시장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위법 소지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