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가 홈플러스 사태에서 보인 도덕적 해이는 비판받아 충분하다는 점에 여야는 물론 금융투자업계도 큰 이견은 없다. MBK파트너스가 토종 1세대 PEF이자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PEF로서 상징성을 지닌 만큼 세간에 주는 충격은 더 컸다. ‘MBK마저 방만 경영으로 단기 수익을 좇는다면 어떤 PEF를 믿을 수 있겠나’라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도 시장은 MBK 책임을 묻는 정치권 행보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MBK 사건을 계기로 PEF 전반에 걸쳐 과도한 규제가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쟁점으로 삼는 대목은 PEF 도입 취지를 훼손하는 선을 넘느냐, 마느냐다. 규제에서 한발 빗긴 대신 PEF가 발휘할 수 있는 순기능을 억제하는 수준까지의 규제는 부적절하다고 시장은 주장한다.
PEF는 저평가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도 선례가 있다.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한앤컴퍼니 인수 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글랜우드는 동양그룹 구조조정 당시 가전 제조업체 동양매직을 인수해 렌털업체로 재탄생시켰고, 동양매직은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PEF가 근로자 보호 경영을 우선시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시장은 난색을 드러낸다. 경영 활동은 기업 자율 영역이라는 대전제를 건드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 기업 자산 매각이나 배당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동원하기보다는 PEF 진입 장벽을 높여 불·탈법을 사전에 방지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규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어렵게 한다. 외국인 투자자 외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MBK 이슈를 PEF 전체의 문제로 치부하고 일괄 규제하는 것은 국내 경제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PEF의 약탈적 행태와 투자자 피해를 막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이런 조치는 어떤 기업이든 경영에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채로 추진돼야 한다.